[배우는 육아, 행복한 아이]<4> 정서 지능 높은 아이로 키우기
교육부 인가 평생교육원 한솔미래교육아카데미가 진행한 5월 부모교육의 주제는 ‘내 아이의 마음을 키우는 공감 대화’였다. 19일 서울 마포구 한솔교육 본사에서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가 자녀의 ‘정서 지능’을 키우는 대화법을 소개했다.
○ 건강한 마음 만들기
정서 지능이 높은 사람은 실수하거나 목적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나에게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연습이 부족했던 거야’라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반면 정서 지능이 낮은 사람은 ‘난 능력이 없어. 연습해도 안 될 거야’라고 반응한다. 정 교수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기 전 구구단을 가르치는 것보다 살면서 목표를 이루지 못해도 감정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건강한 마음’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서 조절이 무조건 부정적인 감정을 인내하고 숨기거나, 솔직하게 폭발시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두려움 슬픔 분노 불안 등 부정적 정서를 느끼더라도 이를 잘 인식하고 활용한다면 정서적으로 유능해질 수 있다. 예컨대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분노를 잘 활용한다면 자신의 의견을 용기 있게 주장하도록 만들 수 있다. 불안은 긴장 수준을 유지시켜 성취도를 높이는 데 유용하다.
아이의 정서 지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사회적 관계를 맺는 부모, 특히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 부모가 하는 말이 아이의 성격을 만드는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아이가 감정적 위기를 겪을 때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정서를 이해하고, 문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아이가 학예회를 앞두고 “엄마, 너무 떨려 불안해 죽겠어”라고 토로할 때 부모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잘할 수 있어”라는 말은 아이에게 부담을 줄 수 있고, “엄마가 봐줄게”라고 하면 아이는 더 긴장한다. 이때 “네가 지금 느끼는 불안은 나쁜 게 아니야. 당연한 거야”라고 말해보자.
○ 드러누워 떼쓸 때는 이렇게
자녀의 정서 지능 발달을 위해서는 아이의 정서 표현을 처벌하거나 최소화하는 발언을 삼가야 한다. 보통 부모는 화나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이 나쁜 성격에서 비롯되므로 이를 표현하기보다 자제해야 한다고 여긴다.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 표현을 밖으로 드러냈을 때 부모가 아이의 정서 표현을 처벌하는 이유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의 부정적 정서를 무조건 억제할 때 아이는 ‘엄마 아빠가 내 마음을 진심으로 알아주지 못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멀어지고, 아이는 정서 조절 능력을 배울 기회를 잃는다.
아이가 마트에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쓰다 바닥에 드러눕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보통 부모는 “시끄러워, 울지 마”라고 하거나 아이를 억지로 일으켜 세운다. 하지만 정 교수는 “아이가 눈물을 흘리고 바닥에 눕는 것도 본능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방식”이라며 “이를 무조건 못하게 하기보다 ‘잘 쉬고 일어나. 나중에 네가 용돈을 모으거나 장난감을 사기로 약속하고 나오면 사줄게. 하지만 오늘은 절대 안돼’라고 말해보라”고 했다. 이때 아이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울고 떼를 써도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 교수는 “아이와 대화하면서 부모도 스스로 정서를 표현해야 한다”고 했다. 아이도 부모가 ‘고맙다’ ‘사랑해’ ‘엄마·아빠도 화난다’ ‘엄마 아빠도 많이 떨린다’ 식으로 정서를 표현하는 데서 감정을 표현하고 감정적 위기를 극복하는 법을 배운다.
노지원 기자 z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