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성 라퓨타’의 배경 치비타
중세시대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도시 ‘치비타 디 바뇨레조’는 토르비도 계곡에 둘러싸여 있어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에어비앤비 제공
손가인 기자
스튜디오 지브리의 설립자인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는 1986년 이런 얘기를 담은 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를 제작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라퓨타가 실제로 존재할 수도 있다며 하늘을 관찰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라퓨타 신드롬까지 생겼다.
천공의 성 라퓨타는 하늘이 아닌 땅에 실제로 존재한다. 13세기에 세워진 이탈리아의 전원도시 ‘치비타 디 바뇨레조(치비타시)’다.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성채 모양의 마을로 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의 배경이기도 하다.
아치형 돔같은 마을 입구를 지나면 두오모 광장이 펼쳐진다. 교회와 집들도 소박하다. 대부분의 집들은 별장으로 이용돼 마을의 분위기는 고즈넉하다.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이다. 최근 한 숙박공유 서비스 기업이 이탈리아 관광청과 치비타시와 협력해 요새의 일부였던 카사 그레코를 복원해 여행객들의 숙소로 이용하고 있다. 숙소의 주인은 치비타시의 시장이다.
영화에서 하늘에 떠다니던 성 라퓨타는 결국 붕괴된다. 치비타시도 풍화작용으로 벽이 갈라지고 집이 무너져 내려 폐허가 됐었다. 2017년 이탈리아 관광청에서 치비타시를 보호하기 위해 캠페인을 추진했고, 차량 통제까지 막으며 마을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그 덕에 치비타시는 본래의 전통, 음식, 문화를 지켜내고 있다. 입장료는 1.5유로(약 2000원). 베네치아, 피사의 사탑과 함께 ‘100년 안에 사라질 이탈리아의 명소’로 소개된다. 영화 속 상상의 세계의 신비를 실제로 경험하려면 서두르는 게 좋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