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렌털 시장 고속성장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이른바 ‘환경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렌털 서비스 시장이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부담 없는 초기 구입비용으로 원하는 제품을 바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뿐 아니라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30, 4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환경 가전제품은 필터 청소와 교체, 위생 점검 등 주기적인 관리가 필수이다 보니 전문가의 지속적인 점검을 받는 편이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일시불로 제품을 구입해 직접 관리하는 것보다 월 납입 방식의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관리를 받는 방식이 익숙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를 묶은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주부 신영주 씨(38·여)는 “가전제품을 일시불로 구매하게 되면 보증기간이 1년이지만 렌털로 하면 렌털기간(보통 5년) 동안 제품 보증이 이뤄지고, 일정 기간을 채우면 소유권도 이전받을 수 있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렌털 서비스 시장 개척자 정수기
올해 3월 판매를 시작한 코웨이 마이한뼘 정수기.
정수기 시장에서 처음으로 렌털 마케팅을 도입한 곳은 코웨이다. 이전까지 당시 100만 원을 호가하던 정수기는 워낙 고가의 제품이라 소수 가정을 상대로 방문 판매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사후 관리도 문제였다. 정수기 판매 후 제대로 점검이나 소모품 교체가 이뤄지지 않아 고객 만족도가 50% 아래에 머무는 수준이었다. 코웨이는 정수기 사전, 사후 관리까지 상품의 연장선으로 삼고 1998년 4월 업계 최초로 정수기 렌털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웨이 ‘마이한뼘 정수기’. 최근 렌탈 시장에서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환경 가전제품들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코웨이 제공
환기보다 공기청정기 ‘ON’
‘멀티액션 가습공기청정기’. 최근 렌탈 시장에서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환경 가전제품들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코웨이 제공
30평형대 아파트 거실과 안방에서 공기청정기 2대를 사용하고 있는 문동행 씨(34)는 “이전에는 비나 눈이 오는지, 기온은 어떻게 될지를 검색했다면 이제는 ‘미세먼지 예보’부터 찾아볼 정도로 생활이 변했다”며 “적어도 집 안에서만큼은 미세먼지로 인한 각종 병원성 바이러스, 유해물질로부터 내 아이가 노출되는 것은 막고 싶다”고 말했다.
1990년 이전까지만 해도 대기 오염 문제가 부각되지 않아 집안 내 공기 정화의 필요성이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집안 내 공기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는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는 활동이 전부였다. 1990년대 이후 국내에 공기청정기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집안 내 공기 정화를 위해서는 환기 정도로 충분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공기청정기 제품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던 것에 비하면 급격한 변화다.
업계에서는 공기청정기 역시 정수기처럼 다기능화가 미래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단순 청정 기능에서 가습, 제습 기능을 결합한 복합식 청정기가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으며 곧 각종 IoT 기능을 탑재한 공기청정기들이 등장하면 공기청정기 제품의 다양화 바람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렌털 서비스 체크 사항은?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렌털 서비스를 이용할 계획이 있는 소비자라면 계약 시 계약서의 약관 및 계약 조건, 계약 기간, 가격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 기간을 채우면 제품 소유권을 이전받는 방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렌털 서비스 기한과 월 비용을 직접 계산해보며 손익을 따져봐야 한다.
초기 구입 비용이나 제품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사후관리 시스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계적인 서비스 조직이 구축되지 못한 회사의 경우 정기적인 점검을 받는 기간이 길어지거나 렌털 기간 중간에 서비스를 갑자기 못 받는 경우도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리인이 전문적인 역량을 갖고 있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