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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피플] ‘주문 외우는 남자’ 넥센 김웅빈의 쾌속성장

입력 | 2017-05-25 14:27:00

넥센 내야수 김웅빈(21).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넥센은 젊은 선수들이 마음껏 뛰어놀기에 최적화한 팀이다. 올 시즌 1군 엔트리 운용방식을 보면 답이 나온다. 2군에서 젊은 선수를 불러올려 능력치를 노출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3년차 내야수 김웅빈(21)은 이 기회를 확실히 잡은 선수다. 이제는 넥센에 없어선 안 될 히든카드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 2차드래프트 이적은 신의 한 수

김웅빈은 울산공고를 졸업하고 2015시즌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전체 27번)에서 SK에 지명됐다. 그러나 그해 1군에 한 번도 발을 들이지 못한 채 2차드래프트(1라운드)를 통해 넥센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SK의 보호선수(40명)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설움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새 둥지에서 꽃망울을 터트려야한다는 오기가 생겼다. 출발은 1군이 아닌 대만 2군 캠프였지만, 노력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확신을 갖고 구슬땀을 흘렸다. 그 결과 지난해 2군경기 81게임에서 타율 0.325(336타수109안타), 5홈런, 43타점을 기록하며 공격 재능을 뽐냈고, 1군에서도 10경기 14타수6안타(타율 0.429) 1홈런 4타점을 기록한 덕분에 생애 첫 포스트시즌(PS)까지 경험했다.

그만큼 올 시즌 그의 입지는 더 커졌다. 출발점도 2군이 아닌 1군 캠프였다. 넥센 장정석 감독도 “김웅빈의 역할이 크다. 상황에 따라 주전과 백업 모두 가능하다”며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비록 개막전 엔트리에는 들지 못했지만, 지금은 어엿한 1군 멤버다. 25일까지 1군 등록일수가 총 38일로 2군에 머문 시간(18일)보다 많은 것이 김웅빈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24일까지 올 시즌 1군 타격 성적도 18경기 타율 0.366(41타수15안타), 2홈런, 7타점이다.

● 주문 외우는 남자

김웅빈은 타석에 서서 끊임없이 입을 움직인다. 마치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리는 모습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에 김웅빈은 “많이들 궁금해하신다”고 웃으며 “말하자면 내 타격 루틴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이는 경기 전 훈련 하나하나를 소홀히 하지 않는 김웅빈의 성실함과도 궤를 같이한다. “대타로 대기할 때는 벤치에서 쉬지 않고 움직인다. 언제 나갈지 모르니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좋은 컨디션으로 타석에 서면 투수의 공이 빠르다는 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공이) 잘 보인다.”

지금까진 대부분 우투수를 상대로만 타석에 섰다(좌투수 상대 2타수1안타). 특히 언더투수를 상대로는 13타수7안타(타율 0.538) 3타점, OPS 1.153으로 무척 강해 장 감독이 믿고 쓰는 카드로 통한다. 김웅빈은 “지난해보다 백스윙을 짧게 가져가다 보니 오히려 앞의 스윙폭이 더 커졌다”며 “홈런을 치려는 게 아니다. 더 빠른 스윙이 가능하도록 바꾼 부분인데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좌투수 공략의 실마리를 찾으면 더 강력한 타자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크다. 이는 확실한 주전으로 올라서기 위해 그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김웅빈은 “대타보다는 선발출장해 수비도 하면서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남들 눈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꾸준히 수비 연습을 하면서 자신감이 붙고 있다. 내야는 어떤 포지션이든 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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