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메르스 등 신속대응 추진… 의료진 파견-환자 격리 총괄 유행국 방문자 모두 의료진에 통보
지난해 11월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전남 해남군의 농가에 역학조사관들이 급파됐다. 도살처분 담당자들이 인체 감염 시 치사율이 62.5%에 이르는 AI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방역복 착용법 등을 교육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충북 청주시 흥덕구 질병관리본부에서 출발한 조사관들은 교통 체증 탓에 신고 접수 6시간 만에 농가에 도착했고, 현장 관계자들은 이미 도살처분 작업을 시작한 상태였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줄곧 강조해온 ‘감염병 즉각 대응 체계’의 허점이 노출된 순간이었다.
정부가 메르스, 에볼라 등 신종 감염병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지역 감염병 대응센터’ 신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국 17개 시도를 4, 5개 권역으로 묶어 광역 단위 감염병 대응센터를 설치하는 방안을 24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보고했다.
센터는 지역 내에서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전문 인력을 급파하고 환자 이송, 격리 병상 배분 등을 총괄한다. 이는 “전국 어디서든 감염병이 발생하면 전문가를 즉각 투입하는 대응체계를 완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와 별도로 메르스, 에볼라, 지카 바이러스 유행국을 다녀온 여행객이 병·의원을 방문하면 예외 없이 담당 의료진에게 경고 메시지가 전달되는 ‘해외여행력 정보제공 감염병 모듈’은 7월 전면 도입된다. 잠복기·초기 환자가 감염 사실을 모른 채 병원을 전전하다가 병을 퍼뜨리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 A 씨(70)는 중동지역에서 귀국한 뒤 발열 등 증상으로 병원 4곳을 드나들었지만 의료진이 처음으로 여행력을 확인한 건 보름이 지난 뒤였다. 그 사이 A 씨가 접촉한 수십 명에게 메르스가 옮았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의약품 처방 여부와 무관하게 “이 환자는 메르스 발생국 방문 이력이 있다”는 메시지가 발송돼 의료진이 적절히 진료 및 신고를 할 수 있다. 기존엔 환자가 의약품을 받지 않으면 해당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의료진이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서 ‘팝업 차단’을 설정하면 경고 메시지가 뜨지 않아 모든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되는 허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협의해 보완할 예정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