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前대통령 2차 공판]1차때와 같은 옷차림-올림머리… 표정은 다소 여유… 미소 짓기도 변호인과 수시로 대화-귓속말… 불리한 증거 나오면 손가락 흔들어 재판 내용 메모하는 모습도
구치소 돌아가는 박근혜 前대통령… 태극기 흔드는 지지자들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을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돌아가는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왼쪽 사진).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호송차가 법원에 도착하자 태극기를 흔들며 무죄를 주장했다(오른쪽 사진). 안철민 acm08@donga.com·최혁중 기자
○ 불리한 증거 나올 땐 손가락 흔들며 부인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은 한결 여유가 생긴 듯했다. 첫 재판 때 3시간 내내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 바라보던 것과는 달랐다. 변호인단과 재판부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고 자리에 앉을 때부터 박 전 대통령의 얼굴에는 살짝 옅은 미소가 스쳐갔다. 첫 재판 때 ‘40년 지기’였지만 눈도 마주치지 않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이날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는 얘기가 법정 안팎에서 돌았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은 직접 발언하기보다는 주로 변호인단의 변론을 묵묵히 들었다. 첫 재판 때와 달라진 점은 재판 내용을 짬짬이 받아 적는 모습 정도였다. 검찰이 각종 증거자료를 설명할 때는 법정 모니터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앞쪽으로 고개를 내밀기도 했다.
왼편에 앉은 유영하 변호사(55)와는 수시로 대화나 귓속말을 나눴고 이따금 미소를 지었다.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불리한 증거가 나올 때는 유 변호사를 보며 사실이 아니라는 의미로 검지를 좌우로 흔들며 무언가 설명하기도 했다. 낮 12시 20분경 점심식사를 위해 휴정하기 직전 ‘검찰의 오전 증거 조사에 대해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나중에 말하겠습니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 팔짱 낀 채 경청, 가끔 하품도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내 구치감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통상 피고인들은 구치소에 돌아가 식사를 한 뒤 법원에 돌아오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경비 문제 등을 감안해 구치소 측이 식사를 준비해왔다. 메뉴는 이날 서울구치소 수감자들에게 제공된 것과 똑같이 북어포국과 닭고추장조림, 오이·양파 피클, 배추김치였다.
재판이 끝나기 직전 재판장이 “박근혜 피고인. (검찰과 변호인) 얘기 쭉 들었는데 혹시 반박하고 싶거나 하고 싶은 얘기 있나요”라고 물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세한 것은 추후에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5시간 25분간 재판을 받으면서 박 전 대통령이 입을 연 것은 오전, 오후 딱 한 차례씩이 전부였다.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와 공모해 대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내도록 요구한 혐의(직권남용 등)를 입증할 증거들을 공개했다. 또 이미 진행된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 등의 재판 조서를 증거로 제출하면서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증거 조사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상철 변호사는 “검찰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검찰 측 신문 내용만 보여준다”고 항의했다. 검찰은 “한정된 시간 때문에 중요 부분을 설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변호사는 이에 “재판은 시간에 쫓겨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되받아쳤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