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모 사피엔스’ 최초의 빵 재현해보니
고대 이집트 제20왕조의 파라오인 람세스 3세의 묘에서 나온 벽화. 당시 빵을 만들던 과정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위아래 그림은 각각 이승과 저승을 뜻한다. 사후세계에 갈 때도 빵을 중요하게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위키미디어·과학동아 제공
○ 발효빵의 고향은 고대 이집트
고대 이집트에서 만든 세모꼴 빵. 이집트 제11왕조의 파라오인 멘투호테프 2세의 묘를 발굴하던 중 발견됐다. 약 4000년이 지났지만, 놀랍게도 빵 조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출처 멤피스대
이집트에선 빵 관련 고대 유적과 유물이 가장 많이 나온다. 제빵 과정을 그린 벽화와 빵굼터, 화덕, 밀을 가는 도구 등이 발굴됐다. 멘투호테프 2세의 무덤에선 4000년 된 빵 화석도 발견됐다. 당시 빵의 종류는 40가지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기자가 직접 만들어보니…
알랭 상셰즈 제빵장과 기자가 발효된 반죽을 오븐에 넣고 굽자 먹음직스럽게 부푼 빵이 되었다. 완성된 빵은 현재 이집트 사람들이 주식으로 삼는 빵인 ‘아이시’와 비슷하다. AZA 스튜디오 제공
두 번째로 ‘이집트스럽게’ 발효시켜야 한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밀가루에 물을 붓고 반죽한 후, 상온에 두고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리는 천연 발효 기법을 썼다. 그러다 맥주를 만들 때 쓰는 누룩을 떼어 빵을 빚게 되었다. 빵과 맥주 모두 맥주효모라는 미생물이 발효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효모는 밀가루 반죽에서 포도당을 먹고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낸다. 빵을 부풀리고 다양한 향기를 낸다. 기자는 며칠에 걸쳐 천연 발효를 하는 대신, 막걸리로 직접 키운 발효종을 이용했다.
발효가 끝난 반죽을 굽는 일도 문제였다. 건조하게 굽기 위해서는 ‘이집트스러운 화덕’이 필요했다. 과거에는 흙으로 만든 화덕에 반죽을 구웠다. 물론 지금도 인도의 난이나 이탈리아 피자처럼 화덕에 빵을 굽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화덕과 달리, 당시에는 반죽을 불과 직접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두고 구웠다. 결국 오븐에서 스팀을 제거해 반죽에 열이 직접 닿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갓 구워낸 빵은 이집트 전통 빵 아이시처럼 납작했다. 손으로 빵을 당기자 생각보다 단단했다. 글루텐이 거의 없어 점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입에 넣는 순간, 술의 향긋한 향기가 입안 가득 퍼졌다. 단단한 식감 탓에 천천히 오래 씹어야 했는데,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났다. 발효종을 넣은 빵은 효모만 넣은 빵보다 맛있고 향기롭다. 발효종 안에는 효모 말고도 다양한 미생물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빵을 만들 때 인위적으로 유산균(락토바실루스)을 넣으면 포도당 분해 후 산물의 85% 이상이 젖산이지만, 자연 상태에선 류코노스톡 등 다른 유산균이 함께 작용해 젖산 외에도 휘발성 물질인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휘발성 물질과 기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풍미를 많이 낸다는 뜻이다.
과학동아 6월호는 고대 이집트 빵의 레시피와 효모와 발효종의 차이점, 국내 과학자들이 개발한 전통 제빵효모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밀가루에 효모 및 여러 발효 미생물
을 넣어 만든 누룩 덩어리.
::천연 발효::
자연 상태에서 발효하거나 발효종을
이용해서 부풀리는 과정.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