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가려 생화학무기-사이버공격에 둔감한 지금의 현실 북핵 억제에 매달리는 틈 이용해 언제든 도발 가능 이 같은 사실 간과한다면 김정은 전략에 넘어갈 수도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
물론 북한의 핵무기는 실제 상황이고 점차 위험해지고 있다.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은 점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실전 배치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보다 더 가까이 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다행스럽게도 국제사회는 핵무기를 억제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생화학무기와 해킹 등 사이버 공격에는 국제사회 차원의 별다른 억제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한 게 현실이다.
사실 핵무기의 가공할 위력 때문에 생화학·사이버무기의 공포는 많은 부분 간과되고 있다. 생화학무기는 각종 현대전에서 엄청난 살상력을 발휘해 왔다. 최근에는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민간인을 살상하는 데 이를 사용했다.
이 시점에서 북한이 최근 ‘미국과 한국 정부가 생화학무기를 동원해 김정은을 암살하려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어떤 근거로, 왜 이런 주장을 하는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는 자신들이 사용해 온 생화학무기의 위험성과 은밀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고 본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랜섬웨어 공격의 진원지인지는 아직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의 주요 사이버 공격을 보면 북한이 이를 자행했을 가능성은 어느 나라보다 높다. 지난해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물론이고 2014년 소니픽처스에 대한 해킹도 북한의 소행임이 거의 확실해지고 있다.
북한으로선 핵무기와 생화학·사이버무기는 엄연히 다르다. 핵무기는 미국의 공격을 방어하고 체제를 보장하기 위한 일종의 정책적 보험 수단이다. 핵무기를 사용하면 자신들도 죽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생화학무기나 사이버무기는 국제사회가 북핵 억제에만 매달리고 있는 틈을 노려 언제든 감행할 수 있는 또 다른 위협적 공격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책임자들이 북한을 대상으로 쏟아낸 정책과 발언은 대부분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의 새 정부 출범 후 북한에 대한 이른바 ‘선제타격’은 한반도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양국 정부가 더 잘 인지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최근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은 믿을 수 없는 범위로 한반도에 위험과 재앙을 안길 수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도 한미동맹을 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겠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