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佛, NATO서 신경전]브뤼셀 美대사관저에서 첫 대면 두정상, 6초간 힘자랑하듯 악수… 트럼프 손빼려하자 마크롱 다시 ‘꽉’ 파리기후협약 등 현안 이견 확인 멜라니아, 정장 입고 상생 강조… 24세 연상 브리지트, 짧은치마 입어
서로 감정이 좋지 않았던 미국과 프랑스 정상 내외가 유럽에서 만나 남편들은 정책으로, 부인들은 패션으로 힘겨루기를 벌였다. 25일(현지 시간) 오후 벨기에 브뤼셀 미국 대사관저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71)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0)은 악수 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6초간의 악수 동안 두 정상은 이를 악물 정도로 상대방의 손을 강하게 잡았다. 고령이라 마크롱보다 악력이 약할 수밖에 없는 트럼프의 경우 살짝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또 막판에 트럼프는 손을 놓으려고 했지만 마크롱은 다시 강하게 잡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강한 악수’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괴롭게 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악수 요청에는 딴청을 부린 트럼프에게 마크롱이 ‘선제공격’을 시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요 현안에서도 의견 차이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큰 의견 차이가 나타난 건 ‘파리기후협약’이었다. 트럼프는 지난해 미 대선 때부터 기후 변화 문제는 중국 등 일부 국가가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또 당선될 경우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겠다고 밝혀왔다. 이에 대해 마크롱은 ‘탈퇴 재고’를 요청했다고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하지만 미국 측은 파리기후협약 관련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 대신 트럼프가 프랑스에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국방비를 증액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교사 출신인 브리지트는 자국 브랜드인 루이뷔통의 검은색 미니정장과 같은 브랜드의 핸드백을 들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무릎 위로 올라오는 짧은 치마와 짧은 소매 상의를 소화할 만큼 팔과 허벅지에 군살을 찾기 힘들었다. 이 드레스는 2960달러(약 331만 원)짜리인데 협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패션 리더인 멜라니아는 관록이 돋보이는 선택을 했다. 앞서 이탈리아 방문 때 현지 브랜드인 돌체 앤드 가바나 의상을 입었던 그는 이번 벨기에 방문에서는 역시 현지 디자이너인 윌런스 더 스호턴의 의상을 입었다. 가죽 재질의 베이지색 정장의 상의는 긴팔이었고, 치마 또한 무릎을 덮을 정도로 차분한 스타일이었다. 스호턴은 유방암 생존자로서 2004년 재단을 세워 해마다 1만5000명의 암환자를 지원해온 화제의 인물이다. 멜라니아는 사연 있는 디자이너의 옷을 입어 스호턴이 나눔과 상생을 실천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인찬 hic@donga.com·이세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