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저서 ‘문제 표현’ 드러나… 여성단체 “양성평등 정부에 부적합”
탁씨 “상처 받으신 모든 분께 죄송”
탁 행정관은 2007년 ‘남자 마음 설명서’라는 책에서 여성을 △만나본다, 이 여자 △좋아한다, 이 여자 △사랑한다, 이 여자 △하고 싶다, 이 여자 △헤어진다, 이 여자 △그립다, 이 여자 등 7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하고 싶다, 이 여자’ 대목에선 콘돔을 싫어하는 여자, 몸을 기억하게 만드는 여자, 바나나를 먹는 여자 등을 두고 성관계를 맺고 싶은 여자라고 썼다.
또 이 책에는 ‘등과 가슴의 차이가 전혀 없는 여자가 탱크톱 같은 것을 입는 것은, 그 모습을 보아야 하는 남자 입장에선 테러를 당하는 기분이다’ ‘다소 파인 상의를 입고 허리를 숙일 때 한 손으로 얌전히 가슴을 가리는 여자는 그러지 않는 편이 좋다’ ‘이왕 입은 짧은 옷 안에 뭔가 받쳐 입지 마라’는 등의 내용도 있다.
2010년 양정철 전 비서관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알게 된 탁 행정관은 2012년 대선 당시 문 후보 출정식 등을 기획했고, 지난해 6, 7월 문 대통령의 히말라야 트레킹에도 동행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경선 때부터 문 대통령의 각종 행사 기획 업무에 관여했다. ‘나는 꼼수다(나꼼수) 콘서트’ 기획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탁 행정관에 대한) 별다른 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여성 고위공직자 발탁 등 양성평등 실현에 심혈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이번 논란이 불거져 청와대 내부에선 탁 행정관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여성단체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강월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은 “10년 후인 지금 (탁 행정관의 인식이) 어느 정도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표현하는 등 상당히 문제적 언급을 했던 사람”이라며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정부의 인사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박성진 psjin@donga.com·한상준·최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