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문재인 정부 ‘청와대-내각 인사’ 대해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약 2주간 발표된 인사 내용을 정리해 보면 청와대는 경제와 일자리수석비서관을 빼고는 인선이 거의 마무리됐다. 반면에 내각은 국무총리 후보자와 경제부총리, 공정거래위원장,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빼고는 인사 속도가 더딘 편이다.
첫 인사 발표에서 호남 출신인 이낙연 총리 후보자(65)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51)을 지명한 것은 대선 후보 시절 호남을 중용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면서 개혁적이고 안정감을 주는 새 인물을 과감히 발탁한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줬다는 평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60)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62)는 각각 ‘개인 스토리’를 갖춘 인사로 주목을 끌었다.
그러면서도 적폐 청산 등을 밀고 가야 하는 핵심 자리에는 친문(친문재인) 인사나 코드가 맞는 인물을 배치했다. 검찰개혁을 해야 하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2)를, 그 밑의 민정비서관에 백원우 전 의원(51)을 임명한 게 대표적이다. 재벌개혁 임무를 맡게 된 공정거래위원장에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55)를 지명했다.
○ 靑 비서관급 캠프 인사로 채워
문 대통령이 10일 취임한 이후 26일까지 공식 임명하거나 내정한 청와대와 내각 인사는 모두 41명이다. 호남(11명)과 서울(10명) 출신이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 부산을 포함한 영남이 8명, 충청 7명으로 출신 지역별 색깔은 옅어졌다. 인천·경기와 강원이 각각 2명, 제주 1명으로 뒤를 이었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호남 홀대론’을 불식하면서 출신 지역을 안배했다.
청와대와 내각의 고위직에 계파 구분 없는 탕평인사에도 큰 비중을 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 청와대와 내각에 대거 입성할 것으로 예상됐던 친문 핵심 인사들은 배제됐다. 주로 대통령의 최측근이 맡아 왔던 대통령총무비서관에 ‘7급 공채’ 출신인 이정도 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을 발탁한 것도 파격적인 인사였다.
청와대 참모진이 젊어진 것도 문재인 정부 첫 청와대 진용의 특징이다.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 12명 중 절반인 6명의 나이가 50대다. 장하성 정책실장(64)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71) 및 이상철 안보실 제1차장(60)과 김기정 안보실 제2차장(61) 등 정책실과 국가안보실을 제외한 대통령비서실은 대부분 50대 수석비서관으로 채워졌다. 문 대통령의 개혁 과제를 힘 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젊은 참모진으로 대통령비서실을 꾸린 것이다.
그 대신 청와대 비서관급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문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백원우 민정비서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48),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49) 등은 모두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문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과 대선 본선을 위한 초기 캠프인 이른바 ‘광흥창팀’도 대부분 청와대에 입성했다. 한병도 정무비서관(50), 신동호 연설비서관(52),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50),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46) 등이 대표적인 광흥창팀 멤버다.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와 내각 진용에서 특정 학맥은 두드러지는 게 없다. 41명 중 서울대가 13명으로 이낙연 총리 후보자, 조국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49), 김종호 공직기강비서관(55) 등이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검찰개혁 등 법무 관련 업무가 많은 민정수석실이 가장 인선 속도가 빠른 영향이다. 이어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66), 김기정 안보실 제2차장 등 연세대가 5명, 임 비서실장 등 한양대 출신이 4명으로 뒤를 이었다.
○ ‘강경화 스토리’ 앞세워 비둘기파 발탁
문 대통령은 청와대 조직 개편을 통해 국가안보실과 정책실을 대폭 개편했다. 특히 안보실 등 외교안보 라인은 크게 강화됐다. 청와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면서 국방과 안보를 결합한 문 대통령의 ‘통합외교’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조치다.
군 출신이 장악했던 국가안보실 구성도 다채롭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조정관,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 의장, 주제네바·이스라엘대사를 지낸 정의용 안보실장은 통상 전문가다. 이상철 1차장은 6자회담 대표단 참여, 남북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를 지내 대북 협상 경험이 풍부하다. 김기정 2차장은 문 대통령 곁에서 10여 년간 한반도 평화론에 입각한 외교안보 틀을 구성해 왔고 대표적인 대화론자로 분류된다.
지금까지 인선으로 보면 문재인 정부는 외교 또는 안보에 치우치지 않는 통합적인 틀에서 외교안보정책을 결정하고,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국방부 장관으로는 그동안 육군 중심의 군을 개혁하기 위해 공군과 해군 출신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68),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61),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63)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송 전 총장은 참여정부 시절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내며 국방개혁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주도했다. 육군 출신으로는 정승조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62) 얘기가 나온다.
통일부 장관에는 정치인과 관료 출신이 골고루 거론된다. 인천시장 시절 남북교류 사업을 확대했던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54),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꾸준히 활동한 우상호 의원(55) 등이 유력한 후보다. 남북 교류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에서 천해성 전 통일부 통일정책실장(53), 조명균 전 대통령안보정책비서관(60) 등 관료 출신도 약진하고 있다.
○ 경제 라인은 관료 및 진보학자 ‘투 톱’ 체제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정책의 ‘투 톱’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장하성 정책실장이 꼽힌다. 민생경제 안정과 일자리 창출, 재벌개혁을 핵심 경제과제로 꼽고 있는 문 대통령이 개혁과 안정을 염두에 두고 인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김 후보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각각 기획재정부 2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지내기도 했다. 장 실장 역시 2012년 대선 때는 안철수 당시 후보 측 캠프에서 일했다.
경제기획원,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에서 줄곧 재정 업무를 해온 김 후보자는 관료사회에서 손꼽히는 ‘예산통’이다. 2006년에는 노무현 정부의 장기 재정 운용 계획인 ‘비전2030’에 참여하는 등 거시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도 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이 정부 재정을 마중물 삼아 공공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겠다는 일자리 대책을 내세우면서 일찌감치 부총리 물망에 올랐다.
실제로 김 후보자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기재부 간부들을 처음 만나 당부한 것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김 후보자는 22일 아주대에서 가진 강연에서 “기재부 관료들에게 ‘추경을 제대로 편성하라’고 가장 먼저 지시했다. 추경으로 일자리가 제대로 창출되고 경제의 성장잠재력과 산업 생산력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국내의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다. 대기업 총수의 부당한 기업경영을 견제하기 위한 소액주주운동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후부터 이끌어 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함께 문 대통령이 공약한 재벌 지배구조 개혁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권 행사 강화 등을 주도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문재인 경제팀이 과격한 개혁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와 청와대의 분위기를 종합해 보면 급격한 재벌개혁과 법인세 인상 등 증세(增稅)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많다. 김동연 후보자는 “조세 감면 혜택을 다시 둘러보거나 (부유층의 세 부담을 높이기 위해) 분리과세를 종합과세로 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우경임 / 세종=천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