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법무부 脫검찰화”… 날개 꺾인 검찰국, 위상 추락 불보듯
법 개정으로 현직 검사 靑 파견금지… 청와대 후광도 사라지게 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잇달아 수사하며 기세등등하던 2006년 말. 중수부의 ‘에이스’ 최재경 당시 중수1과장(사법연수원 17기·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후배인 김주현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18기·전 대검찰청 차장)과 각자 후배들을 대동하고 회식 자리를 가졌다. 최 과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이 데리고 있던 후배 검사를 칭찬하며 곧 있을 검찰 정기인사에서 신경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김 과장이 잠시 머뭇하는 사이 곁에 있던 당시 검찰과 수석 검사였던 진경준 검사(21기·전 검사장·구속 수감 중)가 끼어들었다. 진 검사는 “후배 검사는 서울에서 근무한 기간이 너무 길다. 이번에는 지방에 내려가야 한다”고 최 과장의 요청을 단칼에 잘랐다.
유력 정치인, 대기업 총수들의 ‘저승사자’로 불렸던 대검 중수부가 굴욕을 당한 이 사건은 법무부 검찰국이 얼마나 힘이 셌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검찰 인사와 예산을 동시에 주무르고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상시적으로 소통하는 창구인 검찰국은 법무·검찰 권력의 정점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검찰국 불패’ 신화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발단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20기)이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감찰을 받게 된 것이다. 안 전 국장은 18일 사의를 표명했지만 청와대로부터 사표 수리를 거부당했고 같은 날 대구고검 차장으로 좌천됐다. 그 다음 날 김주현 전 대검 차장과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19기)이 ‘돈 봉투 만찬’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김 전 차장은 검찰과장과 검찰국장, 이 전 차관은 검찰과장을 거친 검찰국 ‘성골’이다. 이틀 동안 안 전 국장을 포함해 검찰국 출신 고위 간부 3명이 줄줄이 사표를 낸 것이다.
검찰청법 개정으로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이 완전히 금지된 것도 검찰국의 위상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박근혜 정부 4년여 동안 검찰에 사표를 내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편법 파견’ 근무를 한 검사는 18명이다. 이 중 12명이 검찰국 출신. 법무부와 청와대의 연결 통로 대부분을 검찰국 출신이 장악했다. 검찰국의 ‘청와대 후광’은 사라지게 됐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