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장
“앞으로 5년간 매년 2000명씩 1만 명의 ‘2030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겠습니다.”
박철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 원장(57)은 ‘농촌 일자리’ 전도사다. 농촌 곳곳에서 청년 CEO들을 보는 게 꿈이다. 옛 농수산부에서 공직을 시작(행시 26회)해 34년 간 농정을 해온 그는 농촌·농업에 신세계가 펼쳐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농정원 창립 5주년, 박 원장 취임 2주년을 계기로 세종시 집무실에서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농촌·농업이 청년 일자리의 대안이 될 수 있나.
그도 한때는 농림 공무원에 회의를 느낀 적이 있었다. 농업 개방 후 농촌 지원을 위해 예산을 따내는 과정에서 타박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양산업에 왜 돈을 넣는냐”는 게 예산당국의 기류였다. 박 원장은 “욕 먹어가면서도 꾸준히 투자한 결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농사만 지어선 고소득은 물론이고 일자리 창출도 쉽지 않다.
“기술과 창의가 결합돼야 한다. 농정원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팜을 예로 들자. 기존 스마트팜은 생육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 ‘스마트팜2.0’은 스마트팜 농가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생육과 환경정보를 수집 축적한다. 이런 생육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생산조건을 도출하고 이를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해 각 농가의 생산 현장에 접목한다. 농가 소득이 늘고 산업 규모가 커지면 일자리는 자연히 늘어난다.”
―농정원 업무와 농촌 일자리는 무슨 관계인가.
“농정원은 농업 전문 플랫폼이다. 농식품 인재 교육, 농산물 소비 촉진 홍보, 정보통신기(ICT) 를 농업 현장에 반영하는 정보화 사업, 귀농귀촌 교육과 상담, 통상과 국제협력에 관한 업무를 한다. 이 모두가 농촌 일자리와 연결돼 있다. 교육의 경우 기존에는 농업 기술을 가르쳤지만 지금은 취업과 창업 노하우까지 가르친다. 또 농고·농대생의 진로탐색에 도움을 주는 잡맵(job map) 프로젝트도 실시 중이다. 작년까지는 창업 준비 단계까지 지원했지만 올해는 사업화와 시장 진출 단계까지 지원해 실제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얻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
농정원은 전신인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 부설 농업인재개발원 시절부터 전국 9개 농업마이스터대학을 운영해 6200여 명의 전문 농업인을 배출했다. 농정원으로부터 멘토링, 심화교육, 국외 연수 등을 지원받은 전문 후계농업경영인도 2013년부터 작년까지 7500여 명에 이른다.
“4차 산업혁명과 농업의 접점을 찾는 ‘스마트 농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농정원 내에 ‘농식품 빅데이터센터’를 설치했다. 농업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해 데이터맵을 구축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스마트팜뿐 아니라 농촌 관광, 농식품 소비에 대한 정보도 포함된다. 농식품을 언제 어느 곳에 유통하면 최적의 가격에 팔 수 있는지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고, 실제 소비자들의 소비량에 맞춰 생산량 조절도 가능하다. 이런 정보화 사업에서도 관련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중장년층도 귀농·귀촌에 관심이 높다.
“농업이 6차산업(농산물 생산, 가공, 서비스의 결합)화하면서 중장년층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농정원은 귀농귀촌종합센터를 통해 그들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농업에 투영시킬 수 있도록 교육 지원을 하고 있다. 또 농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귀농귀촌닥터가 멘토링을 해준다.”
박 원장은 “농업과 농촌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 도시 못지않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청년 일자리 블루오션’”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빅데이터, 스마트팜을 활용해 농가의 효율을 높이고 젊은 농부 사장님들이 더 늘어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