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금지 풀린뒤 中 첫 방문 배터리 中공장 등 차질 빚자 SK차이나 대표 만나 돌파구 모색 상하이 포럼서 “고용-투자 늘릴것” ‘사회와 더불어 성장하는 SK’ 강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7일 중국 상하이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7 상하이 포럼’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SK그룹 제공
SK그룹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최 회장의 요즘 고민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중국 사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최 회장의 인식이다.
최 회장은 2006년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자는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을 공식화했다. 이후 10여 년 동안 SK그룹은 사실상 중국 사업에 ‘다걸기(올인)’했다. 그러나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이라는 악재를 만난 뒤 SK그룹의 중국 사업은 직간접으로 차질을 빚으며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최 회장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해 받았던 4개월간의 출국금지 조치에서 지난달 풀려난 뒤 중국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일본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을 다녀왔다.
○ 최 회장 “중국, 다양한 접근방식 고민해야”
최 회장은 중국에 도착한 직후 SK그룹 중국 지주회사인 SK차이나 제리 우 대표를 직접 만났다. 사드 배치 등 대외적 악재가 중국 사업에 미친 여파와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SK그룹은 4월 1일 SK차이나 수장을 우 대표로 교체했다. 이 역시 난항을 겪고 있는 중국 사업의 돌파구를 찾고 변화를 주기 위한 선택이었다. 우 대표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서 해외 통상 분야를 담당한 뒤 2009년부터 중국 골드만삭스에서 몸담은 현지 투자은행(IB) 업계 전문가다. 부동산, 신에너지, 렌터카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SK차이나의 신사업 발굴 및 투자에 우 대표의 정·관계 및 IB 관련 인맥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2월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임원 모임에서 “중국 사업에 어려움이 많지만 그보다 무서운 것은 (중국에서) 잊혀질까에 대한 두려움이다. 뚜렷한 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계속 사람을 보내고 있고 비즈니스뿐 아니라 문화, 학문 교류 등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중국 시장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으니 끈기 있게 다양한 접근 방식을 고민해 달라는 뜻이었다.
○ 기업의 사회적 가치 강조
최 회장은 27일부터 상하이 푸단(復旦)대에서 열린 ‘2017 상하이 포럼’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기업의 재무적 가치(Financial Value)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창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사회성과 인센티브 어워드’에서 언급했던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며 SK그룹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확실히 밝힌 셈이다.
최 회장은 “서구는 물론이고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과거와 같은 고속성장을 지속하기는 어렵다. 이제는 고도 성장기에 넘겨왔던 여러 문제를 치유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의 관심은 이제 재무적 이슈에서 사회적 이슈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하며 SK그룹은 고용과 투자를 늘리고 비즈니스 파트너와 상생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