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명복을 빕니다]남북 유엔 동시 가입 기여… 북방정책 기틀 마련

입력 | 2017-05-29 03:00:00

현홍주 前 주미대사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을 성사시키는 데 기여한 현홍주 전 주미 대사(사진)가 27일 별세했다. 향년 77세.

검사 출신(고등고시 사법과 16회)인 고인은 1980년 서울고검 부장검사 당시 안기부 제1차장에 발탁됐고 1985년 민주정의당 소속으로 1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87년 대선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활약했다. 현 전 대사가 공동 저서인 ‘노태우 대통령을 말한다’에서 회고한 바에 따르면 1987년 6월 민정당 대선 후보인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을 불러 그해 12월 대선을 대비하여 민정당 시국대책과는 별도로 플랜B를 비밀리에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는 “직선제로의 개헌, 국민기본권 보장, 광주사태 후유증 수습을 중점적으로 다룬 자필 보고서를 만들어 보고했다”며 “6·29선언은 한두 사람의 기발한 착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던 시대적 양심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썼다.

이후 법제처장을 지내며 새 헌법에 따른 법률 정비를 주도했다. 1990년 주유엔 대표부 대사, 1991∼1993년 주미 대사로 근무하며 북한의 방해에도 남북 유엔 동시 가입을 성사시키는 데 기여했다. 1991년 7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미 백악관 앞뜰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이 한 팀이 되고, 도널드 그레그 주한 미국대사와 현 전 대사가 한 팀이 되어 테니스 복식 경기를 한 것은 한미 동맹의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노태우 정부는 한미 동맹과 유엔 가입을 발판으로 과감한 북방정책을 펼칠 수 있었다.

2012년 한미협회로부터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한미 우호상’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문영혜 씨와 아들 준용(LG유플러스 전무) 제용 씨(케이에어항공 본부장), 딸 정원 씨(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사위 정우용 씨(뉴욕홀리스틱케어 원장)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30일 오전 7시 30분. 02-3010-2230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