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벽화 ‘늪지에서 사냥하는 네바문’.
오랜 기간 양식의 일관성을 유지했던 이집트 미술은 죽은 자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현실에서 누렸던 풍성한 식탁과 사랑하는 가족, 높은 지위와 평화로운 일상 등. 왕족과 귀족들은 생전에 누렸던 행복이 빠짐없이 사후에도 계속되길 염원하며 무덤에 벽화를 그려 넣었어요.
‘늪지에서 사냥하는 네바문’은 예술성 높은 이집트 무덤 벽화 중 하나입니다. 무덤 주인공은 곡물 저장소를 관리했던 이집트 고위 관료였다지요. 벽화 속 주인공 본연의 업무는 한 해 농사의 수확물 수량을 확인하고, 세금을 매기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사냥은 항구불변의 세계에서도 즐기고 싶었던 취미 활동이었겠군요.
태양신을 상징하는 연꽃과 신성한 동물인 고양이가 등장하는 벽화는 실제 사냥에 관한 기록보다는 완전한 세계에 대한 기원에 가깝습니다. 주인공이 작살로 명중시켜 꼭 잡고 싶은 것도 살아있는 동물이 아닌 끝없이 이어지는 행복한 삶이었을 것입니다.
‘영원의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무엇이 선인지 지켜보라.’ 벽화 속 주인공의 왼쪽 팔 아래 신성문자가 의미하듯 주인공에게 죽음은 조각배에 아내와 딸을 싣고 즐겁게 계속 사냥을 이어갈 현실 세계의 연장이었겠지요.
이른 아침 수업을 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건물명을 써 둔 안내판이 ‘이집트’라고 쓴 인쇄물로 가려져 있더군요. 의아해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네바문을 비롯해 이집트 무덤 벽화의 주인공들이 천장에 매달려 있었어요. 건물 벽면은 이집트 벽화 복사본이 붙어 있었지요. 재기 발랄한 학생들이 수행 중인 과제이겠거니 짐작했습니다. ‘언젠가 거기’를 열망했던 미술을 따라 5층 강의실로 이동하며 천천히 되살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잊고 지냈던 ‘지금 여기’의 의미였습니다.
공주형 한신대 교수·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