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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급증-자산버블 中, 30년 전 日과 닮은꼴”

입력 | 2017-05-30 03:00:00

FT ‘일본식 장기침체’ 경고





“일본처럼 되지 않을 방법을 연구하라.”

2010년 시진핑(習近平) 당시 국가부주석은 중국 공산당 최고 교육기관인 중앙당교 학자들에게 이런 명령을 내렸다. 부동산과 주식 거품 붕괴로 1990년대 초부터 30년간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 방법을 내놓으라는 주문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오답 사례 연구’는 공산주의가 붕괴됐던 소련을 연구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중국은 일본 경제 침체를 바라보며 바짝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중국은 일찍이 일본식 장기 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 고민했지만 7년 뒤인 지금 일본과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를 방어하느라 돈을 찍어낸 중국은 이후 심각한 국가 부채, 자산가격 급등, 투기적 금융상품 증가 등의 부작용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게 FT의 주장이다.

FT는 우선 중국의 국가 부채를 뇌관으로 꼽았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010년 200%를 넘어선 뒤 2015년 250%를 넘었다. 이에 따라 미국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4일 중국 국가신용등급을 28년 만에 처음으로 Aa3에서 A1으로 한 등급 내렸다. 일본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1980년대 50% 수준에서 1990년대 100%로 훌쩍 뛴 것과 유사한 궤적이다.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과도한 자금을 쏟아붓는 것 역시 1980년대 후반 일본을 닮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베이징 근교 아파트(100m²) 매매가는 시 거주자의 연평균 수입의 50배를 넘는다. 중국 큰손들의 투기 열풍은 세계를 휩쓸고 있다. 중국의 CC랜드는 올 초 런던의 명물 ‘치즈강판’ 빌딩에 11억5000만 파운드(약 1조6000억 원)를 투자했다. 중국 국영 화학회사 켐차이나는 지난해 스위스 종자회사 신젠타를 430억 달러(약 48조23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과거 일본처럼 각종 금융기법을 동원한 투기상품이 늘어나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 단기투자 상품인 중국 자산관리상품(WMP)이 늘어나는 점도 일본의 과거를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중국 경제의 일본화’ 가설이 과장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사 CLSA의 전략가 크리스토퍼 우드는 FT에 “일본이 1990년대 침체에 직면했을 때는 경제회복 동력이 부족했지만 중국은 정부가 나서 강력하게 경제 틀을 짤 수 있어 회복할 동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환율을 민첩하게 관리하는 점도 차이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엔화를 초강세로 돌려야 했고 수출경쟁력을 잃었다.

중국 경제가 구조조정의 긴 터널을 지나는 것과 달리 장기 침체를 벗어난 일본은 최근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 ‘해 뜨는 나라 일본, 드디어 떠오르는가’란 기사에서 고질적인 경기 침체와 인구 고령화로 ‘테마파크 불모지’로 꼽히던 일본이 최근 테마파크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강력한 아베노믹스가 결실을 보면서 소비자가 지갑을 열며 내수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덜 쓰는 데 익숙해진 소비자의 관성을 바꾸는 게 관건으로 아베 정부와 정치인들은 ‘침체기 사고방식’을 타개하려 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는 “긍정적인 경제지표들이 나오고 있지만 일본의 소비와 투자 상승률은 여전히 선진국 평균에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