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가족 대신 간호사가 간병 서비스 운영경험·노하우 공유 통해 서비스 안정적 확대 기대 선도병원, 제도 발전 위한 다양한 노력 기울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성상철)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신규 참여 병원이 서비스 도입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병원 간 서비스 질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선도병원’ 12곳을 지정했다고 밝혔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간병인이나 가족 대신 간호사가 중심이 돼 간병과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간호사가 입원 환자의 전문 간호를 24시간 전담하고 간호조무사는 보조 역할을 수행하면서 편의를 돕는다. 환자는 따로 간병인을 두거나 보호자가 돌보지 않아도 입원생활을 편안하게 유지할 수 있다. 통합서비스 시행 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병상과 이용 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6년 기준 300곳, 1만 8646병상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으며 42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선도병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신청서를 접수 받아 보건복지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선도병원 선정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선정됐다. 선도병원은 향후 새롭게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병원에게 현장 견학과 맞춤형 상담을 통해 그간의 운영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멘토 기능을 하게 된다. 병동 운영에 필요한 각종 서식과 사례를 수록한 ‘표준운영지침’을 개발하고 ‘입원환자 병문안 기준’ 권고안에 따른 병문안 문화 개선과 홍보 등에도 참여한다.
고영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추진단 단장은 “선도병원의 견학 및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 참여를 계획하고 있는 병원들에게는 준비과정 중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과 궁금증을 해소하고 병원 특성에 맞는 운영 방법을 설계하는 등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하대학교의대부속병원
■일산병원
■윌스기념병원
■국내최초 ‘환자안심병동’ 서비스 개발 / 서울의료원
서울의료원은 서울 시민을 위한 공공의료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민간 병원이 관심을 두지 않는 낮은 수가의 진료 영역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의료원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어느 병원보다 힘쓰고 있다. 서울의료원을 찾아와 보호자 없는 환자안심병동을 둘러보고 통합서비스 매뉴얼을 받아간 국내 병원이 대학병원을 비롯해 137곳에 이른다.
간호사들이 각 병실 내 모든 환자를 지켜보기 쉬운 장소에 위성 스테이션(구역)을 배치했다. 현장 간호사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간호구역에서 병실 내부가 잘 안 보이는 곳에는 볼록거울을 달아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했다. 환자가 병상 머리맡의 벨을 눌러 간호사를 부를 수 있는 비상호출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의료원에는 2인실 이상 상급 병실이 많지 않다. 병동의 90%가 5인실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역시 간호사 1명이 환자 7명을 담당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보호자 없는 환자안심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주사, 기도관리(가래배출), 단순 드레싱, 욕창 간호 등 전문 간호 영역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 등의 도움을 받아 개인위생, 스스로 식사가 어려운 환자의 식사 보조, 운동시키기 등의 서비스도 직접 제공한다. 사회복지사를 투입해 입원 환자들에 대한 심리·경제 상담 서비스를 펼치는 경우도 있다.
서울의료원은 환자안심병동 사업 도입 초기 과중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적잖은 간호사들이 퇴사하는 아픔을 겪었다. 20대 초·중반의 젊은 간호사가 간병업무까지 수행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한국에 최초 도입한 김민기 병원장은 “최대한 현장인력들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병원 전체가 합심해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도를 안정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나 지자체 등 기관의 적극적인 지원과 다양한 장려 제도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호스테이션 등 환자 중심의 시스템 구축 /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세종병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적용해 국내 유일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준병실을 4인실로 구성하고 전 병동에서 서비스를 시행한다.
특히 기준병실을 4인실로 설계하면서 타 병원에서 경험하지 못한 넓고 쾌적한 4인실을 만들었다. 현재 병실기준면적은 다인실이 1인당 4.3m²지만 세종병원은 이보다 훨씬 넓은 11.7m²로 병원 중에서 병실 기준 면적이 가장 높다. 또 환자 간 감염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 병상 사이에는 유리벽을 설치했다. 천장까지 막힌 유리격벽으로 환자 간에 옮을 수 있는 바이러스를 철저히 차단한 것이다. 이는 세종병원이 독보적으로 구축한 국내 유일의 시스템이다.
근거리에서 환자를 관찰하고 즉각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관찰창이 설치된 간호 스테이션을 2개 병실당 하나씩 구축했다. 그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환자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커넥티드 케어 솔루션(모니터링 기기)을 아시아 최초로 도입을 했다. 커넥티드 케어 솔루션은 담당 주치의와 담당 간호사 휴대용 모바일로 환자 상태를 수시로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환자의 위험신호를 빠르게 전송받고 환자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를 할 수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완성형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은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와 보호자의 간병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전 병동에 통합서비스를 도입하게 됐다”며 “환자들이 더욱 안심하고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유일 선정… 안전하고 질 높은 간호 / 대자인병원
대자인병원은 2015년 6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는 재활병동에도 확대·시행한다. 이는 전북지역 최초다. 대자인은 이번 선도병원 지정으로 신규 참여를 원하는 병원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병원 간 서비스 질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모범 병원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대자인병원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안전한 간호, 질 높은 간호, 자가 간호 증진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적정 간호인력 배치를 통해 팀 간호체계를 확립하고 통합 전문 간호서비스 제공과 병동 환경 개선, 안전관리 등 효과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을 충실히 이행하려 노력한다.
대자인병원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병동뿐만 아니라 재활환자, 산재환자를 대상으로 한 재활병동까지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일반병동 24병상, 재활병동 53병상에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6월부터는 일반병동(40병상)을 추가해 64병상, 총 117병상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병관 대자인병원 병원장은 “지속적으로 통합서비스 병동을 추가해 환자가 안심하고 올 수 있는 병원, 보호자가 믿고 맡길 수 있는 병원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대자인병원은 지역의 선도병원으로 병원들에 그간의 운영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병동 운영에 필요한 각종 서식과 사례를 수록한 ‘표준운영지침’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 ‘입원환자 병문안 기준’ 권고안에 따른 병문안 문화 개선과 홍보에도 참여한다.
■관절척추 분야 수준 높은 전문성 인정 / 부민병원
부민병원은 2015년 9월부터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실시해 현재 258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 허가 병상 수는 394병상이다. 부산·울산·경남을 통틀어서 통합서비스병동 운영이 최대 규모다. 부민병원은 부산 외 서울, 해운대병원에서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간병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팀 간호체계를 구축해 24시간 서비스한다. 꼼꼼한 간병 서비스로 욕창 및 낙상, 병원 내 감염을 비롯한 환자 안전 부분은 물론이고 전반적인 입원 생활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 전문적이고 즉각적인 간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 환자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 특히 보호자나 간병인의 상주로 인한 소란함과 감염질환의 확산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다는 평이다.
정흥태 부민병원 이사장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인력 채용뿐만 아니라 시설과 장비 등 준비 할 사항이 많지만 환자와 보호자들의 신뢰와 만족도가 높은 만큼 끊임없이 개선하고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특히 부민병원은 관절척추 치료에 특화된 전문병원으로서 환자 특성상 고령 환자들이 많은데 이들의 체계적인 재활과 수술 후 회복 관리를 위해 양질의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통합서비스를 실시하게 됐다”며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부민병원은 철저히 환자 중심의 시스템을 추구한다. 관절척추 분야별 경험 많은 전담간호사를 배치하고 입원 중에는 물론 퇴원 후 건강관리까지 챙긴다. 환자들의 궁금증이나 불편함은 실시간으로 해결해주는 설명 간호사 제도도 도입했다. 선도병원으로 선정되면서 부민병원도 신규 참여병원과 서비스 도입 예정병원에 현장견학과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는 등 노하우를 전수한다.
현재 부산경남 지역의 의료기관이 운영사례를 배우기 위해 방문하고 있으며 건강보험공단에서 주최하는 각종 간담회에서 부민병원의 모범적인 운영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빛고을전남대병원
■대우병원
■부산고려병원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