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여성 인기 ‘향기나는 담배’ 중독 심화 불러 판매금지 추진 용량 적으면 상대적 안심 유발… 니코틴-타르 함량 표기 삭제 검토
박 씨처럼 ‘덜 해로운’ 담배를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부가 담배를 덜 해롭게 보이는 각종 요인을 점검해 향후 규제하기로 한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가향담배’ 규제를 비롯해 담배 포장 측면의 니코틴과 타르 함량 표기 삭제 등을 검토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금연의 날’(31일)을 맞아 하반기 금연정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향담배가 담배 고유의 독한 향을 줄여 오히려 중독을 심화할 뿐 아니라 향기가 신경을 마비시켜 담배를 더 많이 피우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김지혜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선임연구원은 “가향담배 속 감미료가 연소되면서 발암물질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미국, 유럽에서는 가향담배의 제조와 판매에 대한 규제가 있지만 국내에는 아무 규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복지부가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가향담배의 독성을 분석한 뒤 결과가 나오면 향 성분 제한, 판매 금지 등 규제를 하려는 방침을 세웠다.
이와 함께 담배 포장지 측면에 표기되는 ‘니코틴, 타르 함량’을 삭제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담뱃갑 포장지 측면에는 ‘타르 3.0mg 니코틴 0.30mg’ 식으로 용량 표기가 돼 있다. 이 수치를 보고 담배를 고르는 흡연자들이 적지 않다. 같은 담배라면 타르나 니코틴 함량이 적은 게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니코틴이나 타르가 적게 나오는 것은 필터에 뚫린 구멍이 많기 때문이다. 이성규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필터에 구멍이 많아 니코틴이 덜 빨린다고 생각하면 일부러 담배를 깊게 물고 피우는 경우가 많다”며 “담배 포장에 표기된 니코틴과 타르 용량이 적으면 안심하고 담배를 피우는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표기된 니코틴, 타르의 양은 기계가 일률적으로 측정한 것일 뿐 개개인의 흡연 습관에 따라 용량보다 훨씬 많은 위해물질을 흡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WHO도 담배제품 포장에 담배 성분 및 배출물에 대한 정보를 표기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