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미량 관개 기업 ‘자인관개시스템’의 창업주 바발랄 자인(Bhavarlal Jain)
출처 : 바발랄 자인 개인 웹사이트
인도 농부들이 농작물 생산량을 늘릴 수 있도록 도운 세계 2위 미량 관개 기업 ‘자인관개시스템’의 창업주 바발랄 자인(Bhavarlal Jain). 그가 2016년 2월 25일 뭄바이 자스록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9세.
농작물이 잘 자라려면 물 공급이 매우 중요하다. 미량관개는 파이프를 통해 물방울, 연무를 뿌려 농작물의 생육을 돕는 방법 중 하나다. 임직원 1만 명 이상의 자인시스템은 2015년 9억7000만 달러(약 1조 880억 원)의 매출액을 올린 인도 대기업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스위스 터키 이스라엘 등 10여개 국가에 연구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자인은 1937년 12월 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 주 잘가언에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났다. 1961년 봄베이대(현재 뭄바이대)에서 상학, 1962년 봄베이정부법학대(현재 뭄바이정부법학대)에서 법학 학사학위를 받은 엘리트다. 그는 지방 공무원으로 선발됐으나 창업을 선택했다.
자인은 사업 규모를 더 키웠다. 등유, 석유 등 고객 대부분이 농부들이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오토바이 트랙터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타이어, 배터리 등도 팔았고 농업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하고 농기계 농약 비료 종자까지 취급하기 시작했다.
1980년 당시 시장이 막 커지던 폴리염화비닐(PVC) 파이프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자인은 후발주자였다. 기존 경쟁 기업들은 정부, 중간 대리점 등을 고객으로 삼고 영업했다. 반면 자인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틈새시장을 노렸다. 일반 농부 등 독립적인 수요가 큰 고객을 겨냥했다. 1980년대 말 자인의 시장 점유율은 25%까지 오르며 업계 1위에 올라섰다.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관개 시스템에 도전했다. 자신의 공장에서 생산하는 PVC 파이프를 이용해서 농작물에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미량 관개는 물 사용량을 절반까지 줄이는 반면 생산량은 절반 가까이 늘릴 수 있다. 그의 도움을 받은 농부들은 생산량이 늘고 수입도 크게 증가했다. 그의 성공담은 해외에서도 주목했다. 1997년 미국관개학회는 그에게 관개 농업의 성과를 인정해 ‘크로포드 레이드상’을 수여했다. 그는 이 상을 아시아인 중 두 번째로 받았다.
그는 말년에 간디연구재단을 후원하며 ‘인도 건국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의 정신 유산 보급에도 기여했다. ‘인도의 제2차 녹색혁명가’로 불리는 자인의 도전 정신이 빛나는 이유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