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1일은 나의 등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날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산악인 엄홍길(57·사진) 대장에게 ‘2007년 5월31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이날 엄 대장은 로체사르(8400m) 등정에 성공해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6좌 등정 기록을 세웠다. 엄 대장은 이전까지 로체(8516m)의 위성봉인 로체사르 등정에 연속 세 번 실패한 뒤 4번째 도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기쁨은 잠시였다. 이날 엄 대장은 총 38차례 히말라야 등정 도전에서 가장 어려운 하산을 경험했다. 엄 대장은 “16좌를 성공하고 바로 죽는 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등반 인생에서 가장 아찔했던 순간”이라고 했다. 오전이 아닌 저녁 6시44분 정상에 올랐기 때문에 기온이 영하 40도 밑으로 떨어진 한 밤 중에 수직 빙벽에서 내려와야 했다. 정상에서 설맹에 걸린 대원까지 이끌고 베이스캠프까지 3000m 빙벽을 내려오면서 사투를 벌였던 기억이 선하다.
엄 대장은 1년 뒤인 2008년 5월28일 엄홍길휴먼재단을 설립하고 히말라야에 아이들을 위한 ’휴먼스쿨‘ 학교 건립 등 교육과 의료 지원을 하는 ‘제2의 16좌’ 행보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네팔의 오지 마을에 12개의 ’휴먼스쿨‘이 준공됐고, 3개 학교는 기공식을 갖고 공사가 진행 중이다. 목표로 한 16개 학교 준공 고지가 멀지 않았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