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1회초 2사에서 두산 에반스의 타구를 한화 로사리오가 1루로 송구하고 있다. 대전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한화 차일목(36)의 통산 타율은 0.234다. 숫자가 보여주듯 타격이 뛰어난 포수가 아니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도루 저지 능력도 평균이하가 됐다. 그러나 차일목이 프로에서 15년 동안 살아남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차일목의 강점은 매우 공격적인 투수 리드와 프레이밍에 있다. 좌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살짝 빠지는 공을 절묘한 프레이밍으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이끌어내는 기술이다.
그러나 베테랑 포수 차일목은 최근 팀 동료 윌린 로사리오의 포수 투입과 함께 미묘한 상황이 됐다. 로사리오가 포수로 출전하는 것에 대해 그는 “팀이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면 무조건 옳다. 팀 승리가 우선이다”고 답했지만 포지션 경쟁은 생존싸움이다. 30일까지 한화 클럽하우스에는 묘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논란의 시작은 한화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의 작은 바람에서 시작됐다. 오간도는 최근 팀 내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함께 성장한 로사리오와 배터리를 이루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코칭스태프에게 정식으로 요청한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전담포수는 특급 에이스만이 갖는 특권이다. 이상군 감독대행은 오간도의 선발 등판 하루 전인 30일까지도 로사리오의 포수 출전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여러 가지 팀 내 역학관계를 고려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3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6회초 2사 1, 2루에서 두산 오재일 타석 때 한화 로사리오가 마운드에 올라 선발 오간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전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 대행은 “로사리오가 포수를 맡으면 다른 포지션까지 다 영향을 미친다. 타선 강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오간도가 공식 요청한 사안도 아니다. 여러 가지 선택 가능한 옵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1시부터 포수 수비훈련을 받은 로사리오도 자신의 모습이 팀원들에게 좋지 않게 비춰질까 노심초사 했다.
31일 이 대행은 로사리오를 포수로 선발 출장시켰다. 그리고 “팀워크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로사리오 포수 기용을 망설였다. 그러나 여러 오해가 풀렸다. 오간도도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진심을 해명했다. 차일목은 따로 불러 ‘믿지 못해서 로사리오를 포수로 기용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로사리오의 포수 기용은 앞으로도 제한적으로 쓸 카드다”고 말했다.
로사리오의 포수 기용에 대한 득과 실은 명확하다. 로사리오는 메이저리그에서 한 때 주전포수였다. 빅리그에서 323경기나 포수로 뛰었다. 그러나 포수는 매우 특별한 포지션이다. 인간의 머리로 다 소화할 수 없는 전력분석 데이터가 쏟아지고 있지만 타석에 선 타자의 현재상태를 보고 공략방법을 응용하는 것은 베테랑 포수의 힘이다. 로사리오는 KBO리그 타자들에 대한 실전 분석 경험이 없다. 로사리오가 포수 마스크를 쓰면 한화는 리그에서 가장 공격력이 뛰어난 포수를 보유하게 된다. 그만큼 타선이 강해진다. 전 포지션에서 활용 폭이 커진다.
콜로라도 시절 로사리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그러나 클럽하우스에 생길 수 있는 작은 균열이 치명적인 결과로 되돌아 올 수도 있다. 외국인 투수의 외국인타자 전담포수 고집으로 비춰질 경우 동료애는 무너진다. 또한 포수는 매우 위험하고 힘든 포지션이다. 이제 곧 여름이다. 로사리오의 포수 겸업은 한화 중심타자의 체력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홈으로 뛰어드는 주자를 막다가 혹은 파울 타구에 맞아서 부상을 입는다면 엄청난 손실이 될 수 있다.
대전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