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두 백신은 위험하다. 전 국민이 수두 파티를 했으면 좋겠다.” “아토피로 가려우면 긁게 놔둬라.” “화상은 37도 물로 응급조치하면 훨씬 잘 낫는다.” 자연주의 육아방식을 주장한 인터넷 카페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에 소개된 내용이다. 카페 운영자인 김효진 한의사는 “약을 덜 쓰고 자연 면역력을 길러주는 방법을 가르쳐 줄 뿐”이라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하지만 한의학적으로도 검증 안 된 행위여서 부작용은 물론이고 아동학대 논란까지 일어났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협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고, 대한의사협회도 “가짜 뉴스보다 심각한 사기”라고 지적했다. 카페는 폐쇄됐고 운영자는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선진국에도 백신 거부 움직임이 있다. 독일에서는 1∼4월 홍역 환자(583명)가 작년 전체 환자(325명)보다 많았다. 홍역·볼거리·풍진을 예방하는 MMR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소문에 접종률이 떨어진 탓이다. 관련 논문이 1998년 국제 학술지에 실린 건 맞다. 그러나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2010년 철회됐다는 것까진 독일 엄마들도 모르는 모양이다. 독일 정부는 보육시설이 백신을 거부하는 부모를 신고하는 법안까지 냈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