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 말박물관 인근 오감길에 있는 ‘차밍걸’ 기념석. 통산 101번 출전해 3등만 8번 했지만 멈추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乙)들의 희망이 됐던 ‘차밍걸’을 기리기 위해 마사회가 기념석을 설치했다.
경주로 떠난지 4년만에 기념석으로 부활
성적보다 성실한 경주 기리기 위해 설치
한국 경마계에는 최다연패 때문에 더 유명해진 경주마가 있다. 위대한 똥말 ‘차밍걸’이다. 101차례 경주에 출전해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런 점 때문에 ‘차밍걸’은 ‘터프윈’ ‘동반의강자’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차밍걸’이 경주로를 떠난 지 4년 만에 기념석으로 렛츠런파크 서울을 다시 찾는다. 101번 출전해 3등만 8번 했던 을(乙)들의 희망으로 불리며 최강마 못지않은 인기 누렸던 ‘차밍걸’의 부활이다.
당대 최강마보다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위대한 똥말’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팬들의 사랑도 독차지했다. 1등만 살아남는 척박한 삶에 지친 소시민에게 위안거리이자 희망의 상징이었다. 성적은 형편없을지라도 매번 성실히 경주에 임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성공이란 결승선을 향해 힘겹게 달리는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봤다.
101회란 출전경력도 경이로운 부분이었다. 보통 경주마들의 배가 넘는 출전이었다. 이런 이유들로 ‘차밍걸’의 스토리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위대한 똥말)으로 출간됐고, 창작공연으로도 제작됐다.
은퇴 이후에는 궁평목장에서 제2의 인생을 살다가 2015년 산통으로 안타깝게 눈을 감았다. 만 10세의 나이였다. 아직도 갑(甲)들이 설치는 세상에서 수많은 경마팬은 여전히 ‘차밍걸’을 기억한다. 그만큼 ‘차밍걸’이 가진 의미가 컸던 탓이다. 한국마사회는 이런 사람들의 생각을 헤아려 기념석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생전에 보여준 도전정신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