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개방 첫날] 정부, 농업용수 공급 차질 없게 6개 보 수위 0.2∼1.25m만 낮춰 “가뭄에 물 한방울이 아쉬운데” 농민들 ‘대통령 지시 정책’ 불안 재배작물 따라 찬반 갈라지기도 환경단체 “찔끔 방류는 도움 안돼”
쏟아지는 물줄기… 4대강 6곳 수문 개방 1일 대구 달성군 낙동강의 강정고령보 수문이 개방돼 물이 하류로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날 4대강 16개 보 가운데 6개 보가 상시 개방을 시작했다. 강정고령보는 수량의 약 20%를 흘려보내 수위를 낮출 계획이다. 달성=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정부가 1일 4대강 16개 보 가운데 한강을 제외한 낙동강과 금강 영산강의 6개 보 수문 일부를 개방했다. 환경단체는 개방을 환영하면서 철거까지 주장했다. 반면 농민들은 보 개방이 가뭄 피해를 키우지 않을까 우려했다.
○ 농민들 “가뭄 어쩌라고”
그러나 4대강 주변 지역 농민들은 대부분 농업용수 확보와 홍수 방지에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함부로 보를 개방해 ‘자원’을 버리면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창녕군 이방면 농민 임갑현 씨(64)는 “보를 설치하기 이전엔 물이 귀했다”며 “낙동강 수위를 많이 낮추면 벼 재배 농민들의 항의가 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창녕군 길곡면사무소 관계자도 “보의 물을 많이 빼내면 지하수위가 내려가 농민들이 농업용 관정(管井)을 관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정고령보 현장에서 만난 농민 장영백 씨(70)는 “녹조는 보의 영향보다 더운 날씨와 가뭄 탓이다”며 “이곳 수위가 낮아지면 농사를 못 짓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강 공주보 개방과 관련해 충남도의회 윤석우 의장과 조길행 도의원(공주2) 등은 “가뭄으로 고통을 겪는 농민들은 물 한 방울이 아쉽고 백제문화제 수상공연, 수상스포츠 등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정부의 수문 개방 소식에 충남지역 농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시 대동면에서 대를 이어 어업을 하는 한희섭 씨(한국어촌사랑협회 사무국장)는 “이번 방류는 녹조 제거를 위해 순간적으로 수문을 열어 방류를 하는 ‘펄스방류’보다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며 “대통령이 지시를 하니까 공무원들이 어쩔 수 없이 방류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마을의 위치와 재배하는 작물에 따라 다른 주장을 펼치는 농민도 있었다. 경북 고령군 우곡면 하미들에서 수박 하우스 농사를 지어온 곽상수 포2리 이장(49)은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수박의 뿌리가 썩는 등 엄청난 피해가 생겼고 상인들도 구매를 꺼린다”고 전했다.
이날 수문 개방 현장에는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집회를 갖고 ‘보 완전 철거’를 주장했다. ‘찔끔 방류’로는 수질 개선과 생태계 복원이 어렵다는 논리다.
창녕함안보 주차장에서 집회를 가진 4대강 반대 대책위원회, 낙동강네트워크 등은 모든 보의 전면 철거를 주장했다. 이들은 “4대강에서 보가 완전히 사라지고 많은 생명들이 살아 숨쉬는 그날까지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외쳤다. 대구환경운동연합 회원 10여 명은 강정고령보에서 ‘4대강 사업 적폐청산’, ‘흘러라 4대강’, ‘보 수문 개방 확대’라고 쓴 현수막을 펼쳤다.
창녕=강정훈 manman@donga.com / 달성=장영훈 / 나주=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