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승, ‘책 찾는 최진석 교수’(2015년)
비뚤어진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사람은 혁명가다. 게임 체인저가 혁명가와 비슷한 의미이지만 거기에는 절박함 간절함 전투력이 조금은 부족하다. 나는 최 교수가 혁명가라고 생각한다. 어느 골상가(骨相家)가 그를 보고 “세상을 바꾸는 눈을 가졌다”라고 했지만 관상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는 이미 혁명가의 길로 들어섰다.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에 철학(생각)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용기에 박수 치고 싶어졌다. 내가 보내는 박수 중의 하나는 사진으로 그의 일상을 찍는 것이었다. 최 교수는 연출 없는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요청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실에서 보내고 가끔 연구실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기에 이왕이면 그런 장면이 걸리기를 바랐지만 공부에 지쳐 잠에 곯아떨어진 철학자는 찍지 못했다.
그를 찍으면서 특별하다고 느꼈던 것은 없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글을 쓰고 또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 토론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마치 향촌에 눌러앉아 후학을 기르는 조선시대 선비와 같았다. 그는 철학과 교수로 건명원 원장으로 세상을 바꾸는 호랑이들을 길러내고 싶어 한다. 먹이에 순응하는 동물원의 호랑이가 아니라 온 산을 쩌렁쩌렁 울리는 진짜 호랑이 말이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