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으뜸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과장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 결과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혼 남녀는 10명 중 약 2명(20.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26%)보다는 여성(14.7%), 그리고 40대 초반 미혼자(10.5%)가 결혼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결혼 적령기라고 불리는 20, 30대 미혼자의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2014년 조사와 비교했을 때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20, 30대 미혼자가 크게 줄어든(2014년 33.1%→2017년 22.3%) 것으로, 결혼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지는 시점이 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결혼에 대한 고민은 결국 ‘경제적 문제’와 맞닿아 있었다. 미혼 남녀 10명 중 8명(78.2%)은 요즘 시대에 돈 없이 결혼하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전까지는 결혼을 미루는 것이 좋다는 생각(61.3%)이 강한 것도 이런 현실을 잘 반영한다.
더욱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비혼족’의 가파른 증가 추세다. 결혼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차원을 넘어서 아예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비혼의 뜻을 밝히는 미혼자가 많아진 것으로, 실제 미혼자의 15.9%가 비혼으로 살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결혼에 대한 확실한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미혼자(13.4%)까지 고려하면 향후 비혼자는 더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굳이 비혼을 선택하지는 않더라도 비혼을 선택하는 심정만큼은 충분히 이해하는 모습이었다. 비혼을 결정하는 사람들에 대해 미혼 남녀들은 이해가 되고(68.3%·중복 응답),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며(63.6%), 공감이 간다(60.8%)는 의견을 주로 내비쳤다.
비혼을 선택하는 배경은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와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 미혼 남녀의 경제적 어려움이 증가하고(71.2%·중복 응답), 자녀 양육비(63.1%)와 주거 비용(60.8%), 결혼 비용(59.6%)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서 비혼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반면 비혼으로서의 삶은 경제적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데다 결혼제도나 가족관계에 의해 구속을 받을 필요도 없다 보니 많은 미혼자의 선택지가 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고민과 정책 마련이 없다면, 보다 많은 미혼 남녀가 결혼 대신에 비혼을 선택하리라는 예상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송으뜸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