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 소비를 줄이는 일이 동물 보호 차원을 넘어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축산업이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탓이다. 1년에 소 한 마리가 내뿜는 온실가스 양은 한 해 자동차 한 대가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단다. 2009년 유럽의회에 나온 영국 가수 폴 매카트니가 “일주일에 하루 채식을 하면 기후변화를 늦출 수 있다”며 “less meat=less heat”를 호소했던 이유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도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노력은 채식”이라고 강조한다.
▷물론 개인의 노력엔 한계가 있다. 이상 기후를 촉발하는 온난화는 인류를 위협하는 재앙인 만큼 전 지구적 차원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통해 국제사회가 협력체계를 구축한 것도 그 때문이다.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한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 기후협약은 195개 당사국한테 모두 감축 의무를 적용했다. 한데 이러한 공동전선에 깊은 균열이 생길 조짐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후협약에서 손을 뗄 결심을 굳혔다는 것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