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1.1% ‘깜짝 성장’
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가 1.1% 성장하며 1년 6개월 만에 0%대 벽을 넘어섰다. 수출 훈풍과 건설경기 호황이 이끈 예상 밖의 깜짝 성적으로,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1.1%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4월 말 발표된 속보치(0.9%)보다 0.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2015년 3분기(7∼9월·1.3%) 이후 6개 분기 만에 가장 좋은 성적이다. 연간 성장률로 환산하면 4%를 웃도는 깜짝 실적이다.
이날 코스피는 1.16% 상승한 2,371.72에 마감해 1주일 만에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보다 0.45% 올랐다. 지난주 상승 폭(0.30%)보다 0.15%포인트 높아졌고, 2006년 11월 말(0.45%) 이후 10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4월 말 속보치 발표 이후 나온 기업들의 양호한 실적이 반영되면서 1분기 수출과 설비투자 성적도 더 좋아졌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수출은 2.1% 증가해 지난해 4분기 부진(―0.1%)에서 벗어났다. 기업의 설비투자도 4.4% 늘었다. 현재 성장세가 계속되고 하반기 추가경정예산 편성 효과까지 더해지면 올해 연간 성장률이 2014년(3.3%) 이후 3년 만에 3%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4%로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민간 소비나 일자리와 직결되는 서비스업 성장률도 0.2%에 그쳤다. 특히 가계의 국내 소비를 반영하는 행태별 국내 소비는 0.3% 감소해 약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돈을 쓰지 않고 쌓아두는 가계가 늘면서 1분기 총저축률(36.9%)은 1998년 3분기 이후 약 19년 만에 가장 높았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지금은 경기 하강이 멈춘 정도”라며 “내수 회복을 위해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민간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8월 가계부채 종합 대책을 내놓으면 지금의 성장세를 이끄는 건설 경기가 급격히 가라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