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욕의 해를 보내고 잠잠한가 싶더니 이번에는 ‘돈 봉투 만찬’ 파문이 불거졌다. 법무부와 검찰 간부들이 특수활동비를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식으로 사이좋게 주고받은 것이다. 그제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특수활동비 엄정 관리를 지시하면서 ‘뉴스페이퍼 스탠더드’를 검사들에게 주문했다. 그는 “어떤 행동을 할지 고민될 때 내가 하는 행동이 내일 조간신문에 났을 때 설명이 되고 납득될 수 있는가를 살펴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신문기사로 다뤄진다고 생각해 보라’는 착안점이 신선하다. 신문은 국민을 대신해서 권력의 일탈과 사회의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 따라서 행동 기준을 ‘내일자 신문’에 맞춰 보라는 주문은 곧 국민 눈높이와 상식이 기준이란 말과도 같다. 혼자 있을 때도 마음가짐과 행동거지를 반듯하게 하라는 선비들의 전통은 무너진 지 오래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부끄러운 행동을 막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