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정책 패러다임 대전환]<下> 일회성 세금정책 굴레 벗어야
문재인 정부가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된 노후 석탄발전소를 1일부터 한 달간 가동 중단시킨 데 이어 수송에너지 중 경유 비중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2014년까지 경유차에 유리한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추진하던 정부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3년 만에 경유 억제책을 내놓은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수송 분야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에너지 믹스’(에너지원별 비중)를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환경부와 정유업계 논쟁 격화
정유업계는 정부가 휘발유와 액화석유가스(LPG)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측정조차 하지 않은 채 경유만 마녀사냥 식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반발한다. 경유가 분명히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지만 객관적인 비교 통계 없이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성급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CAPSS에서 활용한 배출계수는 2006년 기준이어서 최근 빠르게 발전한 디젤 기술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유세 인상은 2014년 정부가 추진하던 저탄소차 협력금제와 정면 배치된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탄소 배출량이 적은 차를 살 때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전기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시장을 키우겠다는 취지지만 당장은 탄소 배출량이 적은 경유차가 최대 수혜자였다. 이 제도는 디젤이 주력인 수입차보다 국내 자동차가 역차별을 받게 된다는 우려에 2021년 후로 시행이 늦춰졌다.
정부가 일관성 있는 에너지정책을 세우지 못해 관련 산업의 혼란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녹색성장을 강조했던 MB정부조차 경유차를 클린디젤이라는 이름으로 친환경차에 포함시켰다. 모든 나라들이 이산화탄소 감축에 우선순위를 맞추고 있는데 환경부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경유세 올려도 실효성 논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경유차량 332만8000대 중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른 유가보조금 지급 대상은 37만8000대(11.4%)다. 비사업용 경유 차량 295만 대(88.6%)의 8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대형 화물차들은 전체 경유차 미세먼지의 70%를 배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세금을 올리면 이들은 유가보조금으로 상당액을 돌려받는다. 상대적으로 미세먼지 배출량이 적은 승용 경유차나 소상공인들의 소형트럭만 부담을 떠맡게 되는 셈이다.
이른바 ‘오염자 부담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셈인데 정부는 이 부분에 어정쩡한 태도다. 환경부 관계자는 “화물차 영향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유세를 올려도 경유 소비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외에서 진행된 여러 연구에서 수송용 휘발유 및 경유 수요가 가격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일단 8월에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방안 연구’ 결과를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택시나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에게만 허용하고 있는 LPG 차량 규제를 푸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국은 이미 2015년 기준 세계 수송용 LPG 소비량의 14%를 차지한 1위 소비국이다. 산유국인 터키, 러시아(이상 12%)보다 많고 한국과 에너지 사정이 비슷한 일본(4%)의 3.5배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신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