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브리지 테러]IS “라마단에 이교도 살해 큰 보상” 시속 80km 승합차 인도 덮친뒤 차에서 내려 칼 휘둘러… 3명 사살 집권 보수당, 총선 닷새 앞두고 긴장… 메이 총리 “대테러기관 권한 강화”
목격자들은 충격과 공포의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런던브리지 옆 버러마켓의 한 바에 있던 앤드루는 “꽝 하는 소리가 들려 봤더니 하얀색 밴이 길가 레일을 들이받고 멈춰 있었다. 10초 후 한 남성이 큰 칼을 들고 나왔다. 그 남성은 울타리를 뛰어넘어 사람들을 향해 돌진했다. 이미 땅에는 한 남성이 죽은 듯 누워 있었다. 몇 초간 수풀에 숨어 있다가 전속력으로 도망쳤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흰색 밴이 런던브리지 위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치고 난 후였다. 목격자들은 “차가 시속 80km의 속도로 빠르게 돌진했다”고 했고 “차에 치인 사람이 6m는 날아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배후를 자처하는 세력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범인이 범행을 저지르며 ‘알라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 점에 비춰볼 때 라마단 기간에 맞춘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 로이터통신은 IS가 3일 추종자들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 기간에 트럭이나 흉기, 총기를 이용해 십자군에 대한 공격을 개시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런던브리지가 붕괴하고 있다”는 또 다른 텔레그램 메시지도 있었다.
“소프트 타깃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새로운 일상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BBC)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최근 3개월 동안 세 차례의 대형 테러를 경험한 영국은 충격에 빠졌다.
메이 총리는 총선을 닷새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여당인 보수당이 15%포인트 이상 앞섰던 초반 판세와 달리 노동당과의 격차가 1%포인트까지 줄어진 상황에서 벌어진 이번 테러는 선거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야당은 최근 메이 총리가 내무장관 재임 당시 경찰 인원을 2만 명 축소한 것이 테러를 막지 못하는 배경이라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에 메이 총리는 4일 “대테러 기관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테러 전략을 수정하겠다”고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영국 사회는 “지나친 대응은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것”이라며 담담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보수당을 비롯해 대부분의 정당이 4일 선거 캠페인을 중단했지만 곧 재개할 예정이다. 지난달 맨체스터 테러 발생 때는 사흘 동안 모든 선거 운동이 중단됐다. 맨체스터 테러 직후 최고 단계인 임박(critical)까지 올라갔다 5일 만에 한 단계 낮은 심각(severe)으로 내려온 테러 경보도 이번에는 심각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