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예술 서현석 김성희 지음 작업실유령·2016년
성기웅 극작가·연출가
책을 집어들 때부터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나는 ‘다원(多元)예술’이라 불리는 경향의 작품을 즐기는 편이 못 된다. 예술의 전통과 관습에 시비 거는 방식을 경계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난 꽤 보수적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택한 건 제목에 끌려서다. ‘미래 예술’이라니 궁금하지 아니한가. 그래, 난 어중간하고 모순적이다. 급진적 파격에 겁을 내면서도 관습적 창작에는 싫증을 느끼니까. 외국 물 좀 먹었다는 사람들이 서양 예술 경향을 수입해 아는 척한다고 못마땅해하면서도 그런 얘기에 자주 귀가 솔깃하니까.
헬스클럽 운동기구를 작품 오브제로 사용한 정금형 씨의 ‘휘트니스 가이드’. 책 내용 중 ‘연극이란 무엇인가’에서 거론되는 작품이다. 동아일보DB
이어지는 챕터는 ‘춤이란 무엇인가?’ ‘몸이란 무엇인가?’다. 슬슬 어려워진다. 언급되는 작품도 못 본 것투성이다. 활자들이 난해한 퍼포먼스를 벌이기 시작한다.
다섯 번째 챕터는 ‘언어란 무엇인가?’. 여러 음성언어를 아카이빙 했다는 ‘말들의 백과사전―모음곡 2번’이나 이영준의 글쓰기 퍼포먼스가 호기심을 끈다. 이어서 극장이란, 실재란, 관객이란 무엇인가로 이어진다. 정석적인 흐름이다. 미술을 베이스로 한 새로운 개념의 창작도 다루지만, 결국 확장된 개념의 연극 혹은 공연예술로 논의가 수렴된다.
그러니 전혀 못 알아들을 얘기는 아니어야 할 텐데, 현학적인 개념을 동어반복하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불만이 슬금슬금 고개를 든다. 이론서도 평론도 아카이브도 아니라는 저자들의 취지가 곧 이 책의 한계로 남은 건 아닐까.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만들어낸 ‘차연(差延·차이와 시간적 지연)’은 매력적인 말이다. 하지만 책 마지막에 이르도록 내용의 의미 맺음이 유보되기만 한다면…. 내 고루한 감각을 비웃듯 얇은 표지가 찢어지려 했다.
성기웅 극작가·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