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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검증 시스템… 문재인 정부 인사 첫 사퇴

입력 | 2017-06-06 03:00:00

김기정 靑안보실 2차장 사의… 교수시절 품행 잇단 투서-제보
임명 12일만에… 사실상 경질




김기정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사진)이 5일 사의를 표명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고위 공직자가 사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현호 전 대통령일자리수석비서관 내정자의 내정 철회에 이어 김 차장이 사퇴하면서 청와대의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외교·안보라인의 핵심인 안보실 2차장이 사퇴함에 따라 이달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김 차장이 업무 과중으로 인한 급격한 건강 악화와 시중에 도는 구설 등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오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외교·통일 분야를 총괄하는 안보실 2차장에 임명된 김 차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외교·안보 핵심 브레인이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출신으로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과 함께 2013년경부터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통일 분야 자문을 해 왔다.

그러나 차장 임명 이후 청와대에 김 차장의 교수 재직 시절 품행과 관련한 각종 투서와 제보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정수석실이 조사에 나섰고, 결국 김 차장은 사의를 표했다. 청와대와 여권 일각에서는 “형식상으로는 자진 사퇴지만 사실상 경질”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에 앞서 안 전 수석 내정자도 청와대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안 전 수석 내정자는 내정 직후 청와대에 출근했지만 민정수석실의 후속 검증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돼 결국 내정이 철회됐다. 잇따른 낙마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없이 업무를 시작하다 보니 검증이 완료되기 전이라도 내정 단계에서부터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뒤늦게 문제를 알게 됐고, 덮고 가기보다는 확실하게 매듭짓고 가는 것이 낫다는 내부 기류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청와대가 ‘5대 비리 관련자 인사 배제’ 논란에 휩싸인 이후부터 검증을 강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권 관계자는 “수석은 물론이고 비서관급 인사들도 대대적인 자체 검증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며 “후속 장차관 인사가 늦어지는 것도 검증 강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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