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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車車, 역주행” 해외 운전사고 급증

입력 | 2017-06-06 03:00:00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2]교통사고 부상 4년새 53% 늘어




회사원 이모 씨(34)는 올 1월 가족과 일본 오키나와(沖繩)로 여행을 떠났다. 미리 받은 국제운전면허증으로 현지에서 렌터카를 이용했다. 나하(那覇) 시내를 운전하던 이 씨는 아차 하는 순간 주차된 차량을 스쳤다. 상대 차량의 사이드미러가 파손됐다. 오른쪽 운전석에 익숙지 않은 탓이었다. 이 씨는 “운전 실력만 믿고 일본의 운전 환경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내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오키나와에서는 외국인 교통사고가 연간 3000건에 이른다. 일본인 사고의 3배다.

해외 체류 중 교통사고를 겪는 우리 국민이 늘고 있다. 여행이나 출장 등이 늘어난 탓이 크지만 익숙지 않은 교통 환경에서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5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겪은 교통사고는 440건이다. 2012년보다 53% 늘었다. 우리 외교당국에 보고되지 않은 사고를 더하면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의 경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어난 사고가 80%에 달했다.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 인도 홍콩 등은 차량 통행 방향과 운전석 위치가 한국과 반대이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우리 기업의 진출이 늘면서 한국인 방문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도로 환경이 한국만큼 좋지 않기 때문에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역주행이나 차선 침범, 보도(步道) 이탈 등의 위험이 크다.

실제로 한국인이 운전 중 일으키는 교통사고는 2012년보다 16% 늘어 지난해 100건에 달했다. 아태 지역에서는 66% 증가했다. 해외 운전 증가는 국제운전면허증 발급 간소화가 계기가 됐다. 96개 제네바 협약 국가에서 통용되는 국제면허증은 경찰서와 운전면허시험장, 지방자치단체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사진과 수수료(8500원) 여권 운전면허증을 지참하면 10분 안에 발급받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방문 예정 국가에서의 안전운전을 당부하거나 안전수칙을 소개하는 절차는 없다. 운전자 스스로 안전 정보를 찾아야 한다.


교통사고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본 도쿄(東京)에서는 만화 캐릭터 복장의 운전자가 레이싱 카트를 타고 도심을 누비는 ‘마리오카트’가 인기다. 올 3, 4월 이 카트를 타던 한국인의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실수로 건물이나 앞 차량을 들이받은 사고다. 지난해 7월 홋카이도(北海道)로 렌터카 여행을 다녀온 회사원 김진 씨(27·여)는 “일본에서의 운전이 익숙하지 않아 처음에 고생을 했다”며 “보험 가입도 중요하지만 일본의 운전수칙을 미리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인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부장은 “국제면허증은 상대국의 운전행정과 운전자 능력을 인정한다는 국가 간의 약속”이라며 “해외 운전에 앞서 운전자가 현지 운전수칙을 미리 알고 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도 “한국과 운전환경이 다른 해외 국가의 교통 환경에 대한 특화된 안내가 필요하다. 경찰청과 외교부 등이 협의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