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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섭 금감원장 “제2금융권 편법 가계대출 조사”

입력 | 2017-06-06 03:00:00

상호금융권 여신심사 깐깐해지자 개인사업자 대출로 위장 가능성
LTV 등 완화조치 7월 종료 앞두고, 시장 불확실성 해소에 나서
강남 재건축 등 부동산 과열 양상… 전문가들 “핀셋형 대책 필요”




금융감독원이 최근 증가세가 커지고 있는 가계부채의 고삐를 잡기 위해 농협 신협 등 제2금융권의 개인사업자대출에 대한 점검에 나선다. 다음 달 말로 종료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치와 8월로 예정된 범정부 차원의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에 앞서 금감원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시장은 새 정부의 규제 강화와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개인사업자대출 형태의 가계대출 점검”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5일 간부회의를 열고 “최근 가계대출 및 주택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가계부채 증가세의 안정화를 위해 적기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최근 주택 거래량 증가, 주택가격 상승 등에 따른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값은 대선이 있기 전인 4월 24일에는 전주 대비 0.05% 오르는 데 그쳤지만, 대선 후인 5월 중순부터 상승률이 커져 지난달 29일에는 전주 대비 0.13%나 올랐다. 특히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강남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가 시장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진 원장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4월까지는 다소 완화됐지만 5월 들어 계절적 요인 등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우선 LTV나 DTI 규제를 받지 않는 개인사업자대출이 부동산시장의 자금줄로 악용될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진 원장은 이날 “(상호금융권의) 개인사업자대출이 증가하고 있어 현재 증가 원인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가계대출을 개인사업자대출 등의 형태로 취급하는 사례가 없는지 면밀히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개인사업자대출은 현장 점검을 하고 담보물 평가의 적정성 등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 “LTV, DTI 규제 강화된다”, 부동산시장 긴장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 부동산시장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동 골드 공인중개사무소 문혜영 대표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열기가 뜨거웠는데 이번 주 들어서는 매수자들이 정부 부동산대책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조금 더 지켜보자는 수요자와 규제 전에 팔아야 한다는 집주인들 사이의 온도차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국지적으로 과열된 시장을 진화하되, 전체 부동산시장을 침체에 빠뜨리지 않는 선에서 특정 지역이나 대상에 초점을 맞추는 ‘핀셋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부산, 세종 등의 전매제한을 강화하고 강남4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등의 대책과 더불어 LTV, 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의 가계부채 대책이 함께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DSR 로드맵을 1, 2년 단축해 조기에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금융위 등 관련 부처도 LTV, DTI 규제 등을 포함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대한 실무협의를 시작했다. 금감원장의 행정지도를 통해 시행 중인 LTV와 DTI의 일시적 완화 조치는 7월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진 원장도 이날 “LTV와 DTI의 행정지도 방향을 빠른 시일 안에 결정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규 kyu@donga.com·강성휘·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