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일자리를/청년이라 죄송합니다]청년들 장시간 근로 직장 선호안해 입사하고픈 회사의 조건 설문 결과 “저녁있는 삶” 44%>“연봉” 25%
신현욱 씨가 최근 충남 천안시 호서대 캠퍼스에서 ‘나에게 취업이란 즐거움의 연장’이라고 적은 앵그리보드를 들고 있다. 천안=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요즘 청년들은 어떤 일터를 원하고 있을까.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최근 충남 천안시 호서대에 ‘앵그리보드’를 설치하자 신현욱 씨(25)가 “연봉이 높고 안정적인 직장도 좋지만 이제는 재미있고, 즐거운 곳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답했다.
한국은 일에 지친 사회다. 한국 근로자의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2015년 기준)은 2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229시간)에 이어 2위다. OECD 평균(1766시간)과 비교하면 한국 근로자는 연간 347시간, 약 43일(하루 8시간 근무 기준)이나 더 일하고 있다. 노동 전문가들은 근로시간을 연평균 1800시간대로 줄이는 것이 일자리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YBM한국TOEIC위원회가 지난달 6일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3294명을 대상으로 입사하고 싶은 회사의 조건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3.6%(1435명)가 ‘저녁이 있는 삶과 일·생활의 균형’이라고 답했다. ‘연봉’은 25.2%(829명)로 2위에 머물렀고, ‘복지 제도’(17.3%·571명)가 3위였으며 ‘정년 보장’은 7.8%(258명)에 그쳤다. 청년들이 고연봉과 안정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화된다는 분석과는 180도 다른 결과인 셈이다. 위원회 측은 “풍요나 타인의 시선보다는 삶의 질과 행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