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일자리를/청년이라 죄송합니다]열아홉 번째 이야기
그런 김 씨의 눈을 사로잡은 건 지난해 5월 제주 서귀포시의 복합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 채용 공고였다. 제주신화월드는 외국자본까지 총 2조5000억 원으로 외국인 카지노와 테마파크를 조성 중인 초대형 리조트다. 전공을 살리는 것은 물론이고 워라밸까지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관련 직무 경험 역시 충분해 자신감도 넘쳤다. 정규직 사원으로 당당히 합격한 김 씨는 현재 인사 업무를 맡고 있다.
“고민 없이 바로 결심했어요. 제가 등산과 낚시를 워낙 좋아하거든요. 제주도라면 돈은 좀 적게 벌더라도 등산과 낚시만큼은 마음껏 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제주 생활 11개월 차인 김 씨는 매일매일 여행하는 기분으로 일한다. 아침마다 통근버스에서 잠잘 틈이 없다. 창문 밖 풍경을 보면 직장생활로 쌓인 스트레스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기 때문이다. 동료들과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 야자수와 돌담이 가득한 리조트 곳곳을 산책할 때면 남태평양의 휴양지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칙칙한 회색 빌딩만 가득했던 도시 생활과는 180도 다른 환경이다.
또 다른 장점은 공기다. 미세먼지와 매연으로 가득한 도시의 퇴근길과 달리 섬 공기를 마실 때마다 제주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서울 친구들을 만나면 “거기 남은 자리 없느냐”며 관심을 보이는 친구가 늘었다. 이제 김 씨는 소망 하나가 더 생겼다. “오래 살고 싶어요. 제주도에서.”
제주·서귀포=특별취재팀 angrybo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