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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애국’ 22차례 강조… 과거와 달리 ‘북한’ 언급 안해

입력 | 2017-06-07 03:00:00

‘통합’에 방점 둔 현충일 추념사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주변에는 5부 요인들 대신 국가유공자들이 앉았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옆에는 지난해 군 복무 중 지뢰 사고로 오른쪽 발목을 잃은 김경렬 씨(22)와 2015년 8월 북한의 지뢰 도발로 부상을 입은 김정원 하재헌 중사가 자리했다.

청와대는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념식에서 6·25전쟁 당시 포병으로 복무했던 박용규 씨(88)가 소감 발표를 마치자 직접 단상으로 나가 박 씨를 부축해 자리까지 안내하기도 했다. 오후에는 서울 중앙보훈병원을 찾아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들을 위로했다.

○ “애국” 강조하며 보수 껴안기

문 대통령의 추념사에는 ‘애국’이라는 단어가 22차례나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식민지에서 분단과 전쟁으로, 가난과 독재와의 대결로, 시련이 멈추지 않은 역사였다”며 “애국이 그 모든 시련을 극복해냈고 지나온 100년을 자랑스러운 역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애국을 키워드로 보수와 진보 통합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애국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모든 것”이라며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도 없고, 나눠지지도 않는 그 자체로 온전한 대한민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국 용사, 베트남전 참전 용사, 파독 광부, 청계천 노동자 등을 차례로 언급한 뒤 “이제는 노인이 돼 가난했던 조국을 온몸으로 감당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그분들께 저는 정부를 대표해서 마음의 훈장을 달아 드린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발판으로 당선됐지만 보수 성향이 강한 산업화 세대까지 안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탄핵 정국을 거치며 보수 진영의 상징처럼 된 태극기를 추모사에서 5차례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의 품속에 있던 태극기가 고지쟁탈전이 벌어지던 수많은 능선 위에서 펄럭였다”며 “파독 광부, 간호사를 환송하던 태극기가 5·18과 6월 항쟁의 민주주의 현장을 지켰다”고 말했다. 태극기가 보수 진영의 전유물이 아니라 진영과 세대를 넘어서는 애국의 표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공헌하신 분들께서 바로 그 애국으로 대한민국을 통합하는 데 앞장서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며 “이 나라의 증오와 대립, 세대 갈등을 끝내 주실 분들도 애국으로 한평생 살아오신 바로 여러분”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사가 진보 진영을 향한 통합의 메시지였다면 이날 추념사는 보수 진영을 향해 진정한 통합의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북한’ 언급은 없어

이날 추념사에는 ‘북한’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지 않았고 외교안보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과거 대통령들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대북 정책 등 외교안보 현안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현충일 추념사에서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의 길을 선택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올 때까지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4년 현충일 추념사에서 “상호 동맹이나 집단안보 체제는 이미 세계의 보편적인 질서로 세계 여러 나라가 자주와 안전, 독립을 위해 상호 간에 동맹을 맺고 집단안보 체제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며 “우리도 이제 자주와 동맹의 이분법적 논란을 넘어서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흐름에는 동참하되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를 세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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