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수학 ‘소파 옮기기’
서영이는 얼마 전 20, 30대 소비자 중 ‘패션’보다는 ‘리빙’ 부문의 소비를 통해 만족감을 얻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편하게 입고 버리는 패션 열풍이 잠잠해지고 비로소 삶의 질에 중점을 둔 소비가 대세가 된 것입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리빙 부문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답니다. 서영이도 마침 얼마 전, 집에 새로 들여놓은 벤치형 소파와 예쁜 쿠션 등을 직접 이용한 경험을 떠올리며 이런 뉴스에 공감했습니다.
서영: 이렇게 예쁜 소파를 들여놓을 때 들어가는 입구가 비좁아 소파를 운반하는 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서영: 어머, 소파 옮기는 일에도 연결된 수학 문제가 있다고요?
○ 소파 옮기기 문제
‘소파 옮기기 문제’는 말 그대로 소파를 옮기는 상황에서 출발한 문제로 1966년 한 수학자에 의해 제기됐습니다.
그림1
우선 소파의 모양으로 간단한 도형을 차례로 생각해 봅시다.
먼저 가로세로 1m인 정사각형의 소파를 생각해 보면,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모두 1m 이므로 넓이는 1m²입니다. [그림2]
그림 2
이번에는 크기를 조금 더 키운 직사각형을 생각해 볼까요? 세로의 길이를 유지한 채 가로의 길이만 늘려서는 복도가 꺾이는 곳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지요. 그러므로 회전했을 때의 그림을 그려보면 가로가 늘어 난 만큼 세로가 줄어야 해서 결국 넓이는 1m²가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3]
그림3
삼각형의 소파는 어떻게 될까요. 삼각형 높이를 최대 1m로 하고 밑변을 2m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복도가 꺾인 곳에서도 회전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넓이는 여전히 1m²입니다.
이제, 삼각형보다 조금 더 큰 넓이의 도형으로 반원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지름이 1m인 반원의 경우는 회전도 잘되고, 그 넓이는 최대 약 1.57m²(=1×1×3.14÷2)가 됩니다. [그림4]
그림4
복도가 꺾인 안쪽으로 도는 지름 쪽을 반원 모양으로 깎아내 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안쪽으로 파인 넓이만큼 바깥쪽에 넓이를 붙여가는 방식을 생각합니다. 깎아낸 작은 원보다 붙이는 부분의 넓이가 더 크면 결과적으로 넓이는 늘어날 것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두 개의 4분원과 그 사이 부분의 넓이를 구해서 최댓값을 구하면 되고, 그 값은 약 2.2074m²(2÷3.14+3.14÷2)입니다. 중학생은 이차방정식으로, 고등학생은 미분을 사용해 구해 보기 바랍니다.
이 풀이는 영국의 수학자 존 해머슬리가 고안했습니다. 종이와 연필로 계산할 수 있는 아름답고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후 1992년 조지프 거버가 이 반원의 가장자리를 둥글게 깎아내고 다른 부분을 붙여 2.2195m² 까지 넓이를 키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넓이를 구하는 계산은 해머슬리 방법으로는 계산할 수 없고, 컴퓨터를 이용해야 한답니다. [그림5]
그림5
두 소파는 비슷하지만 크게 다릅니다. 물론 거버의 방법으로 얻어낸 답이 최댓값인지 어떤지는 증명할 수 없습니다. 이보다 더 큰 면적이 없다는 것을 보여야 하는데 아직 컴퓨터로도 계산이 어렵다고 합니다. 따라서 소파 옮기기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 폴리매스 프로젝트(polymath project)
소파 옮기기 문제의 예를 보면, 수학자들은 생활과 주변에서 의문이 생기면 이를 수학적 문제로 바꾸어 생각해 보는 습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이런 문제에 여러 사람이 도전해 지속적으로 더 낳은 해결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최근 수학자들은 인터넷을 활용해 전 세계 수학자들이 힘을 합쳐 공동 연구를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09년 필즈상 수상자인 티머시 가워스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함께 풀 문제를 인터넷에 올리면,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댓글로 달아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입니다. 인터넷을 통한 공동 연구의 가능성을 발견한 수학자들은 그 이후로 올해까지 총 9문제를 함께 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한수학회,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2017년 1월부터 매달 함께 풀 좋은 문제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수학자의 연구 방식을 미래 체험해 볼 수 있는 한국판 폴리매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www.polymath.co.kr). 우리도 이 프로젝트에 동참해 봅시다. 또래 친구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면서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풀고, 살아있는 수학을 경험해 보는 값진 시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박지현 반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