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NL 최강 타선 워싱턴 맞아 4실점 했지만 긴 이닝 책임지고 강속구 살아나 낙관적 분석 잇달아… 로버츠 감독 “다음 등판도 선발”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2년 9개월 만에 시속 150km대 강속구를 뿌린 ‘코리안 몬스터’의 피칭에 대한 평가는 희망적이었다.
LA 다저스의 류현진(30)이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워싱턴 경기에서 올 시즌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그토록 원했던 직구 구속을 끌어올렸다. 류현진은 1회초 워싱턴의 브라이스 하퍼에게서 시속 93.8마일(151km)의 직구로 삼진을 잡아냈다. 류현진이 150km 이상의 공을 던진 건 2014년 10월 7일 세인트루이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 이후 973일 만이다. 정규리그로 따지면 2014년 9월 7일 애리조나전에서 94.6마일(152.2km)을 던진 이후 1003일 만이다. 류현진은 2회 대니얼 머피를 상대로도 93.6마일(150.6km)을 찍었다.
2015년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한 뒤 복귀한 류현진은 직구 구속이 140km대에 머물러 타자들과의 승부에 어려움을 겪었다. 승부구로 사용하는 오른쪽 타자 몸쪽으로 바짝 붙이는 직구가 맞아 나갔다. 직구 구속이 떨어지다 보니 홈런 허용도 많아졌다. 직구가 살지 못하면서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도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류현진은 이날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워싱턴전에서 의미 있는 투구를 했다. 구속 회복에 이어 올 시즌 처음으로 7이닝을 소화했다. 7이닝을 소화한 건 어깨 수술 후 처음이다. 류현진은 7이닝 동안 7피안타(1피홈런)를 허용하고 4실점 했다. 삼진은 4개를 잡아냈다. 투구 수는 102개. 류현진은 팀이 2-4로 뒤진 7회말 공격 때 대타 야스마니 그란달로 교체됐다. 팀은 2-4로 졌고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4.08로 올랐다.
잘 던졌지만 홈런이 문제였다. 류현진은 2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앤서니 렌던에게 체인지업으로 승부하다 한 점짜리 홈런을 맞았다. 2014년 류현진은 152이닝 동안 홈런 8개를 허용했으나 올 시즌 53이닝에서 9개의 홈런을 내줬다. 4회초에는 2사 1루에서 렌던에게 2루타, 맷 위터스에게 안타를 맞고 2점을 더 내줬다. 비록 승리를 따내지 못했지만 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는 워싱턴을 맞아 7회까지 마운드에 올랐다.
현지 LA타임스는 “부끄럽지 않은 패배였다”고 평가하며 “워싱턴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득점이 가장 많은 팀이다. 류현진은 이런 강타선을 상대로 3년 만에 7이닝 투구를 완성했다”고 분석했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이 정말 좋았다. 직구 구속을 94마일 가까이 찍었고, 체인지업과 커터도 좋았다. 마운드에서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올 시즌 10경기에서 6승 무패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하고 있는 알렉스 우드가 부상에서 복귀할 예정이지만 류현진은 이날 호투로 당분간 선발로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로버츠 감독은 “강한 타구를 그리 많이 허용하지 않았다. 이번 시즌 그의 최고 경기였다”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 등판도 선발이다. 그는 이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경기 시작 전부터 몸을 풀 때 직구에 힘이 좋았던 거 같다. 그래서 직구를 많이 던졌다. 수술하고 나서 가장 좋은 스피드였고, 7회까지 큰 격차가 나지 않아 기분 좋다”고 밝혔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