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계몽사에서 출간된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을 기억하시는지. 그 50권 중 ‘일본 동화’ 편에 수록된 ‘되돌이 산’이라는 동화를 나는 자주 떠올리고는 한다. 어떤 가난한 마을에 손님을 맞거나 잔치 때 필요한 그릇이나 접시를 빌려주는 신비한 산이 있었다. 빌려 가면 반드시 그 산 입구에 그릇을 가져다 놓아야 한다. 어느 날 욕심 많은 동네 사람이 아름다운 그릇을 돌려주지 않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이 곤란에 처하고 되돌이 산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해 일종의 벌을 내린다는 이야기.
내 기억에 의하면 이런 줄거리인데 어쩌면 사실과 다를 수도 있겠다. 그 전집을 먼 친척에게 물려주곤 후회한 지 이십 년도 넘었으니까. 어쨌거나 약속을 지키고 신뢰 관계를 깨뜨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점은 그 유년 시절 ‘되돌이 산’이라는 동화로 배웠던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의 눈으로 다시 읽는다면 그저 피식 웃고 말지도 모르지만.
자칫 손에서 미끄러져버리기 쉬운 접시같이 신뢰라는 건 늘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아는 나이가 되었다. 물론 이 세상 어디에도 ‘되돌이 산’은 없다는 사실 또한. 그래서 밥과 면을 담을 수도 있고 나물 한 가지만 담아도, 무심히 사과를 올려놓아도 보기 좋은 그런 접시를 가끔은 충동구매하게 되는 것인지도.
사족이지만 이참에 계몽사 동화전집을 구해 볼까 하고 자주 이용하는 헌책방에서 찾아보다 가격에 놀라고 말았다. 갖고 싶어도 너무 비싼 사물은 일단 단념.
조경란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