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일과 삶의 균형’이란 화두가 청년 세대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그제 본보에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찾아서 제주도에 정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고 서귀포의 리조트로 전직한 청년부터 서울 살림을 정리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인 부부 등. 더 많은 월급보다 청정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삶으로 진로 변경을 선택한 이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소득은 줄어도 행복지수가 더 높아졌다고.
▷디지털 세상이 열리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 퇴근 후와 주말에도 스마트폰 때문에 일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카톡감옥’ ‘카톡지옥’이란 말까지 생겼다. 최근 취업 포털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직장생활 중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잃은 것을 물어보니 ‘건강’과 ‘워라밸’이 1, 2위로 꼽혔다. 직장인의 삶만 팍팍한 게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6년 더 나은 삶 지수’에서 한국의 ‘일과 삶의 균형’은 38개국 중 36위다. 우리보다 못한 곳은 터키와 멕시코뿐. 주당 평균 근무 50시간 이상인 근로자가 23.1%로 OECD 평균(13%)을 크게 웃돈 결과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