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등 이유로 공판횟수 조정 요청… 재판부 “증인 등 많아 불가피” 불허 박근혜, 재판중 그림 그리기 등 딴청… 수갑 안쪽에 손목보호대 착용도
“피고인은 전직 대통령이기 이전에 66세(만 65세)의 연약한 여자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의 변호인 이상철 변호사(59·사법연수원 14기)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피고인의 건강 문제를 감안해 주 4회 재판 진행 방침을 철회해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시간을 끈다거나 부당한 이의 제기라고 여길 수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주 4회 재판은 피고인이 감당하기 어렵다”며 “구치소 생활로 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아픈 증세가 재발해 주 4회 출석해 하루 종일 피고인석에 오래 앉는 것 자체를 체력 면에서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또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이기도 하지만 전직 국가원수”라며 “지금은 영어(囹圄)의 몸이지만 국민 과반수의 지지로 일국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올라 최고의 업적을 쌓은 우리 모두의 영원한 전직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과를 떠나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품위 유지를 할 수 있는 배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감히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변호인단이 주 4회 재판 준비를 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 변호사는 “일본의 옴진리교 사건 1심 재판은 10년에 걸쳐 진행됐다”며 “이번 사건처럼 중요한 사안은 구속 만기에 쫓겨 무리하게 재판 일정을 잡기보다 실체적 진실 발견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거 분량이 방대하고 증인도 수백 명에 달하는 점,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지 두 달이 지난 점 등을 고려할 때 주 4회 재판은 불가피하다”며 박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공판에서는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가 진행 중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재판 기록에 대한 증거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의 설명이 끝난 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55·24기)는 재판에서 나온 공무원들의 증언 내용을 언급하며 “지금까지 (증인으로 나온) 공무원들은 정말로 부당한 지시를 받아서 잘못했다고 이야기한다”면서 “저도 공무원이었지만 저 같으면 사표 내고 나왔을 겁니다. 이런 구질구질한 소리 안 하고”라고 말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