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수니파-시아파 종파 충돌 조짐 美-사우디 ‘反이란 전선’ 분노 폭발… ‘온건파’ 로하니도 강경대응 불가피 이란, IS 직접 공격 나설 가능성… ‘사우디 체제 흔들기’도 검토할 듯
이란이 수도 테헤란의 국가적 상징 장소인 국회의사당과 국부(國父) 아야톨라 호메이니 묘역을 상대로 이슬람국가(IS)가 저지른 테러 배후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과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 국가들이 자국과 우호관계에 있던 카타르를 집단적으로 ‘왕따’시키며 반(反)이란 기조를 형성한 것이 불만인 상황에서 이번 테러로 분노가 폭발하는 형국이다.
7일 이란의 최정예군이며 안보·치안을 담당하는 조직인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이번 테러 행위는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과 테러리즘을 꾸준히 후원해 온 반동적인 지역 국가의 수장(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이 만난 지 일주일 만에 벌어졌다”며 “테러를 감행했다고 자처한 주체가 IS라는 사실은 그들(사우디)이 개입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무고한 이들이 흘린 피에 복수로 답해 왔다”며 강경한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 이란 특수부대와 시아파 무장단체 활용한 보복
이란의 유력한 보복 방법은 최정예 특수부대인 ‘쿠드스’를 시리아 락까 같은 IS의 핵심 전략 지역에 투입하는 것이다. 이미 이란은 시아파가 주를 이루는 이라크와 시리아에 IS 격퇴를 위한 무기와 자금을 제공했고, 병력 훈련도 지원하고 있다.
이후 이란은 ‘시아파 벨트’(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IS 퇴치 작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수부대 파견 규모를 늘려 IS 주요 관계자와 시설에 대한 직접 공격에 나서거나, 현지 시아파 민병대와의 연계작전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다.
헤즈볼라 같은 시아파 벨트 내 무장단체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란이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무장단체들을 배후에서 조종해 사우디와 수니파 이슬람국가들을 상대로 공격하는 방법이다. 사우디의 경우 수니파 종교시설이 많아 상징적인 보복도 가능하다.
○ 사우디 동부 지역 시아파 동원 교란 가능성
이런 점 때문에 사우디는 시아파 소요 사태가 나면 국제사회 등의 비난에도 관련자들을 대거 처형하는 등 초강경 대응을 펼쳤다. 지난해 1월에도 사우디는 시아파 유명 성직자인 셰이크 니므르 알니므르를 비롯해 47명을 처형했다.
이란이 미국을 직접 공격하는 방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노골적으로 이란을 위협 국가, 테러 지원 국가로 지목하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대응에 나설 경우 더욱 심각한 고립과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란 내 IS 방지 및 퇴치 시스템 강화
이란은 자국 내 IS 테러 방지 시스템도 대폭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란인들에게 이번 테러는 자국이 더 이상 IS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향후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BBC는 8일 이란 경찰이 연쇄테러에 이어 세 번째 테러를 계획한 혐의로 5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이란 당국은 이날 기준 이번 테러로 17명이 사망했고, 52명이 부상당했다고 발표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카이로=조동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