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어제 ‘우병우 라인’으로 지목된 일선 고검장과 검사장급 인사 4명을 차장검사급 자리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냈다. ‘황제 조사’ 논란을 일으킨 우병우 의혹 수사(윤갑근 대구고검장),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정점식 대검 공안부장), 세월호 참사 수사(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 PD수첩 광우병 보도 수사(전현준 대구지검장)를 맡았던 이들은 모두 사표를 냈다. 이번 인사는 주로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에 책임 있는 ‘김기춘-우병우 사단’을 솎아내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법무부는 인사 이유로 ‘과거 중요 사건에 대한 부적정 처리’를 들었다. 그러나 정 전 부장의 경우 우 전 수석과 가깝다고는 하지만 국정 농단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공안통이다. 2014년 법무부 내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 팀장으로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에서 해산 결정을 이끌어냈다. 다수 국민이 지지한 통진당 사건 처리까지 부적정 사건 처리로 모는 데서는 정권의 정치적 의도마저 느껴진다.
과거 정권에서 시녀 역할을 한 검찰 간부를 솎아내는 일은 필요할 수도 있다. 역대 정부는 정권을 잡으면 검찰 권력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줄 세우기를 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김수남 검찰총장도 옷을 벗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직후 김현웅 법무장관이 사퇴해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모두 공석이다. 검찰청법에 검사의 보직은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에게 제청하도록 돼 있다. 역대 어떤 정권도 법무장관도 검찰총장도 없는 상태에서 검찰 고위급 인사를 한 적이 없다.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검찰 인사는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새로운 줄 세우기를 초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