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간부 전격 인사]법무부 이례적 ‘문책 인사’ 공표
법무부는 8일 검사장·고검장급이 다수 포함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이번 인사가 문책성 인사임을 공표했다. 과거에도 정권이 바뀐 직후에는 일부 고위 간부를 조용히 한직으로 보내 사표를 내도록 유도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직무 수행에 문제가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좌천시킨 경우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이날 한직으로 발령 난 검찰 간부들 중 상당수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8·구속 기소)과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이 청와대에 입성한 2014년 이후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등 요직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이 수사했던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 ‘정윤회 문건’ 파문 등은 지난 정권에서 논란이 된 대표적 사건들이다.
청와대가 법무부·대검 합동감찰반의 감찰 결과 발표 바로 다음 날 박근혜 정부에서 검찰 실세로 불렸던 이들에 대한 ‘솎아내기’ 인사를 낸 것에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그간 검찰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예전처럼 검찰 고위 간부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사직을 권고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재판을 받고 있는 국정 농단 사건처럼 자칫 직권남용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청와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이번처럼 다소 과격한 좌천성 인사를 내는 것뿐이었다.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의 중징계로 검찰이 코너에 몰린 상황은, 청와대가 검찰 내부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인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좌천 대상이 된 검찰 간부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53·19기) 등 4명은 곧바로 사표를 제출했다.
○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위협 우려”
이날 인사 발표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정치색이 강한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이 줄줄이 인사 불이익을 받은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에서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청와대가 너무 험하게 인사를 한다”는 불만도 나왔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현 정부가 노무현 정부 때의 실패를 거울삼아 초반에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려는 것 같다”며 “검찰 개혁이 자칫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사람을 심는 수단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신광영 neo@donga.com·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