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 애셔 ‘열세 가지 이유’
얼마 전 아이들이 다니는 미국 뉴욕의 공립학교로부터 이런 e메일을 받았다. ‘열세 가지 이유’와 관련한 청소년 심리학자들의 조언도 첨부돼 있었다. 학부모에겐 “자녀들의 발언에 대해 옳고 그름을 먼저 판단하지 말라. 당신(학부모)의 생각을 접어놓고 일단 무조건 집중해서 경청하라” 같은 대화 요령을 소개했다. 학생들에게 “지금 겪는 문제들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 그러나 자살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다. 따라서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2007년 출간됐던 같은 제목의 소설. 작가 제이 애셔(42)는 인터뷰에서 “소설을 쓸 때 ‘나중에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시각적으로 굉장히 강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고 말했다. 3월 31일 공개된 드라마는 작가의 예상보다 더 강력했다. 10년 만에 재출간된 책은 곧바로 베스트셀러 청소년 소설 부문 1위를 휩쓸었다. 인기가 높아질수록 우려도 커졌다. 사실상 전국 중고교엔 ‘열세 가지 이유’ 경계령이 내려졌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이야기 구성이 ‘자살이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에 대한 보복이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청소년들에게 줄 수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드라마 제작진은 “자살 장면을 아주 상세히 묘사한 이유는 의도적으로 시청자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서였다. ‘절대 시도조차 해선 안 되는 일’이란 교훈을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각급 학교에선 이 소설과 드라마를 계기로 청소년의 심리 갈등, 집단 따돌림, 자살 충동 등에 대한 해법 마련을 위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고 공영 라디오방송 NPR는 보도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