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석영 자전 ‘수인’ 출간
“화살처럼 달려오느라 편한 적 없어… 주변에 준 상처 뒤늦게 성찰”

소설가 황석영 씨는 “내 작품과 삶을 엇비슷하게는 합치시키려고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잠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문학동네 제공
소설가 황석영 씨(74)가 10일 자전(自傳·자서전) ‘수인’(전 2권·문학동네)의 출간을 앞두고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수인번호 ‘83’. 이제 황석영이라는 내 이름은 사라졌다. … 정치범은 가슴에 꿰맨 번호표 아래 삼각형의 붉은 표지를 달게 되어 있었다.”(‘수인’에서)
‘문학은 내 집이었다’고 말하는 작가는 글쓰기에 얽힌 절박한 사연도 얘기했다. “베트남전 참전 당시 청룡부대가 철수하는 마지막 방어 작전에 투입돼 교통로를 지키며 며칠을 보냈습니다. 처음으로 적과 마주 대하고 총을 쏘는 전투에 직면했지요. 긴 밤이었어요. 밤새 ‘살려주세요, 여기서 죽지 않으면 반드시 좋은 글을 쓰겠습니다’ 하고 기도했습니다.”
황 씨는 “출감하고 ‘이제 황석영은 글을 못 쓸 것’이라고 문단에 소문이 났지만 나는 노름꾼이 밤새 노름하다 밑천을 다 털어먹고 새벽 ‘끗발’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평온했다”고 회고했다.
“옆을 돌아보지 않고 한길로 화살처럼 쭉 달려오기만 했습니다. 한 달도 편한 적이 없었어요. 나 자신도 상처를 입었지만 주변에도 얼마나 상처를 남겼는지 글을 쓰면서 뒤늦게 성찰했습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