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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웅의 SNS 민심]국정과제로 떠오른 치매

입력 | 2017-06-09 03:00:00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어떤 질환이 가장 두려우십니까.’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이 질문에 60세 이상 노인 44.3%가 ‘치매’라고 답했다. 뇌중풍(뇌졸중)이나 암보다 높은 1위였다. 기억이 사라지는 건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기에 다른 질병에 비할 바가 아닌 것 같다. 환자 개인에게는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게 하고, 가족에게는 간병에 따른 고통을 주며, 사회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는 치매. 너무나도 슬프고 가혹한 질병이다.

온라인 검색 빈도를 통해서도 치매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인 사망 원인 1위인 암 검색 빈도보다 치매가 더 많다. 치매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관련 정보가 필요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65세 이상 치매환자는 70만 명을 넘어섰다. 노인 10명 중 1명에 해당한다.

2024년엔 1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4인 가족을 가정하면 400만 명이 치매로 고통받게 되는 셈이다. 치매 부모 부양 문제로 가족 간 불화가 발생하고 가족이 파괴되는 일로 번지고 있다. 최근 가족 내 황혼 살인이 많아지는데 치매와 연관된 경우가 많다.

이렇듯 치매는 환자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의 인간 존엄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우리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치매종합관리대책을 2008년부터 실행해오고 있지만 치매 공포와 고통을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새 정부에서 치매국가책임제를 전면 시행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환자와 가족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기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당연하다. 치매 관리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경증환자 등 관리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는데 제대로 실행이 된다면 치매대책의 획기적 전환이라 할 만하다.

관련 언론기사를 분석하면 치매가 이제 본격적인 사회적 의제로 부상했음을 볼 수 있다. 연관어 중에 정부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후보 시절 공약으로 강조하고, 대통령이 직접 요양원을 방문해 치매대책을 약속한 데 대한 기대감이 읽힌다. 대통령에 이어 ‘건강 ‘노인’ ‘공약’ ‘복지’ ‘환자’ ‘지원’ ‘국가’ 등의 단어가 많았다.

치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좀 더 솔직한 치매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다. 연관어를 보면, 역시 ‘대통령’이 많았고 다음으로는 ‘돈’이었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데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이 큰 부담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세금’도 많았는데 국가책임제를 시행할 경우 국가재정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로 보인다.

수명 100세 시대, 치매환자 100만 시대를 맞이하면서 실현 가능한 정교한 대책으로 환자와 가족의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일에 국가가 잘 대처해주길 바란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